감독, 눈에 힘을 뺐다… 선수들 눈에 독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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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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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 3위 대한항공 1위 비결

리그 초반 잘나가다가도 매번 ‘쌍두마차’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다. 플레이오프에서 명승부를 펼쳤지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06∼2007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최종 순위는 4년 연속 3위다. 정규리그에선 3위 3번, 2위 1번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다르다. 13일 현재 16승 4패로 단독 1위. 10경기를 남겨둔 지금 그들의 눈은 챔피언을 향해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얘기다.

고공비행의 비결을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에게 물었더니 “힘을 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 감독은 “우리 팀엔 개성 강한 선수가 많다. 그래서 윽박지르기보단 잘한다고 격려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끔 옆에서 조용히 도와준 게 빛을 봤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성격은 물론이고 혈액형, 가족관계, 취미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지도를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그의 설명. 결국 조용히 배려하는 감독의 ‘그림자 리더십’에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올 시즌 부쩍 늘어난 자신감도 상승세의 비결. 대한항공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시즌 전 이례적으로 팀 미팅을 여러 차례 가졌다. 일부 선수는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란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신 감독 역시 “3위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변해야 산다”고 선수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대한항공 특유의 ‘벌떼 배구’도 빛을 봤다. 대한항공은 한두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공격 패턴 역시 다양하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대한항공 최대의 장점은 다양성”이라며 “여러 선수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수비를 집중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훈련 강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팀과 비교해서도 평균 수준. 하지만 수비, 리시브 등 기본기를 가다듬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김세진 KBS 해설위원은 “확실히 이번 시즌 대한항공의 기본기가 탄탄해졌다. 안정적인 수비와 리시브는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싸움 과정에서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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