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현하가… 언니는 내 공부-운동 인생의 길잡이, 나보다 먼저 관두면… 알지?
언니 현선이… 이제는 네가 나를 이끌고 가잖니? 배울 점도 많고… 내 동생 기특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듀엣 부문에 출전한 박현선(23·연세대·오른쪽) 현하(22·이화여대 입학 예정) 자매는 동메달을 따냈다.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노 메달에 그친 한국팀의 수모를 씻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자매는 서로 얼굴을 보며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안 돼 보였는지 중국인 진행자가 던진 질문 하나. “중국 어때요?”
초등학교 2학년 언니와 1년 6개월 어린 동생은 1995년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 입문했다. 15년 넘게 함께 숨쉬며 울고 웃은 자매의 이야기를 편지로 구성했다.
○ 동생이 언니에게
인생의 길잡이인 언니 따라서 여기까지 왔네. 어린 시절 너무 힘든 나머지 그만두겠다고 떼도 많이 썼는데…. 그때마다 언니가 붙잡아줬지. 2005년 고3이었던 언니가 대학 특기자 입학에 실패한 건 내겐 큰 충격이었어. 공부로 대학 가겠다는 언니 따라 나도 운동 관두고 뒤늦게 공부 시작했지.
나 이번에 또 신입생 됐어. 남들은 무슨 4수씩이나 하냐고 하지만 언니랑 학교도 가까워지고 참 좋아. 언니, 나 그만둘 때까지는 절대 관두면 안 되는 거 알지? 나 아직 언니의 유연함을 못 배웠단 말이야. 참 신기해. 나이 많은 언니가 나보다 유연하다니…. 히히 농담!
○ 언니가 동생에게
사실 고마운 건 나야. 어릴 땐 힘들다는 너 달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힘들어도 같이 가자’고 네가 나를 이끌잖아. 물론 너나 나나 운동 그만뒀던 2년 넘는 동안에도 TV에 나오는 선수들 보면 당장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 결국 2009년 3월에 다시 짝 이뤄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고, 작년에 월드컵 6위라는 역대 한국 최고 성적도 거뒀어.
난 네가 파트너라 참 편해. 물론 다른 후배였으면 나에게 동작 하나 갖고 반말로 따지지는 않았겠지만, 싸우다 보면 동작도 다듬어지는 것 같고 너에게 배울 점도 많고. 아무튼 내 동생 기특해!
○ 두 딸이 엄마께
엄마 없었으면 오늘의 ‘박 자매’는 없겠죠? 저희도 알아요. 우리가 국가대표로서 받는 돈보다 엄마가 쓰는 돈이 훨씬 많은 거. 작품부터 의상까지 일일이 챙기시는 거. 무엇보다 두 딸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거. 엄마도 이제 너무 우리 걱정만 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것도 하셨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들은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당당히 결선에 진출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항상 미안하고 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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