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손승락 “달콤한 신혼·신무기 장착…30S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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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7시 00분


작년 첫 마무리 등판서 26S 구원왕 스트라이크
올핸 강속구에 커브·포크볼·투심패스트볼 장착

2010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로 우뚝 선 손승락은 지난달 4일 미스코리아 출신 김유경씨와 결혼식을 올리며 일과 사랑 모두에서 뜻있는 한 해를 보냈다. 스포츠동아 DB
2010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로 우뚝 선 손승락은 지난달 4일 미스코리아 출신 김유경씨와 결혼식을 올리며 일과 사랑 모두에서 뜻있는 한 해를 보냈다. 스포츠동아 DB
넥센 손승락은 마운드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수다.

‘신나게 던지는 내 피칭을 보고 팬들이 스트레스를 날리게 하는 것’이 그가 공을 던지는 이유다. 지난해 그는 생전 처음 맡은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26세이브를 올리며 당당히 구원왕을 차지했다. 그가 던지는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컷패스트볼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올해 손승락이 계속 마무리로 뛸지, 아니면 선발로 전향할지가 화제다.

김시진 감독은 “올해 30세이브를 할 수 있는 투수다. 선발전향은 적어도 15승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손승락의 보직은 스프링캠프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선발보다는 마무리에서 계속 팀 승리를 지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손승락은 선발과 마무리 모두 자신있다고 했다. 선발이면 12승과 3점대 방어율, 마무리면 30세이브와 1점대 방어율을 목표로 잡았다. 어떤 위치에서 공을 던지든 지난해보다 훨씬 더 ‘투사’같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현실적으로는 마무리다

손승락은 데뷔 후 2년 동안 현대에서 선발로 뛰었다. 2005년에는 5승, 2006년에는 6승을 기록했다. 김시진 감독은 손승락이 팀의 에이스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에이스의 조건은 적어도 15승투수다.

하지만 넥센의 전력으로는 10승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승락이가 아직 선발로는 검증이 안됐다. 마무리에서는 최고의 공을 던졌지만 선발은 10승 경험이 없다.” 손승락이 선발로 갈 경우 마땅한 마무리투수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나이트와 김성현, 김영민, 금민철, 김성태, 김수경 등 선발자원은 충분하다.

손승락은 “마무리투수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올해도 마무리라면 30세이브 이상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원왕을 다음 시즌에 선발로 전향하는 결단은 실로 어렵다. 김시진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달에 스피드가 5km씩 늘었어요

스피드가 한달에 5km씩 빨라지는 투수가 있을까? 바로 손승락이다. 손승락의 학창시절 꿈은 ‘최고 유격수’였다. 대구고 3학년이던 2000년 여름, 손승락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 일어난다. 대구상고와의 전국체전 예선에서 무사만루의 위기 때 투입된 것.

손승락의 1년 후배였던 에이스 윤길현(SK∼경찰청)이 부상으로 던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손승락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때 그의 스피드는 시속 133km였다.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하자 스피드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8월에 138km가 나오더니 9월에 143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급기야 전국체전이 열린 10월에는 148km의 총알투를 자랑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영남대에 진학해서는 1학년 때부터 150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한달에 시속이 5km씩 늘다니?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자신감과 자만심

손승락은 데뷔 2년 동안 선발투수로 실패한 것은 자만심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 4년 동안 직구 하나면 됐어요. 프로에서 던질 변화구를 준비하지 않았죠.” 컨트롤도 나빴다고 회상한다.

“프로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변화구와 컨트롤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때 부상이 찾아왔다. 2006년 손승락은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렸다. 슬라이더가 좋아지면서 승부가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5승째를 하던 날 팔꿈치에 통증이 왔고 이후 3경기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김재박 감독과 김시진 코치가 아프냐고 물었지만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싶은 욕심에 참고 던졌다.

결국 시즌 뒤 팔꿈치 수술을 했고 이듬해 경찰청에 입대했다. “큰 경험이었죠.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새벽4시까지 스윙! 운동장에서 잤어요


손승락의 대구고 1년 선배는 소프트뱅크의 이범호다. 손승락이 2학년 때, 대구고는 1년 동안 2무승부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졌다. 지는 걸 싫어했던 손승락은 친구들과 다짐을 했다. “우리 미치도록 한번 열심히 해보자. 대구상고와 경북고를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숙소생활을 하면서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스윙을 했다. 기상시간은 아침 6시. 2시간밖에 자지 않았다. “그해 전국체전에서 세광고를 이기고 우승했어요. 그때처럼 가슴 벅차고 기뻤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지난해 3월 27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손승락은 생애 처음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3-2로 앞선 8회 2사후 마운드에 올랐다. “야구를 하면서 가슴이 뛰고 다리가 그때처럼 후들거린 적은 없었습니다.” 올라가자마자 홍성흔에게 2루타를 맞았다.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를 악물고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첫 세이브였습니다.”

마지막 등판은 9월26일 SK전. 블론세이브를 했다. “4-2로 앞선 8회 2사 만루에 나갔는데…. 올라갈 때부터 마음의 준비가 잘 안됐어요. 2루타 맞고 4-4 동점을 내줬죠.”

결국 9회말에 최동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막판이어서인지 마음이 느슨했어요. 집중력이 떨어진 마무리 투수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손승락은 한 해 동안 마무리 투수로 많은 경험을 했다. 마무리 투수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몰라 처음 두 달 동안은 고생도 많았다. “후반기에는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위기를 이겨내고 하이파이브 하는 기분 정말 최곱니다.”

○선발 12승과 30세이브

손승락의 올해 목표는 두 가지다. 선발일 경우 12승과 3점대 방어율. 마무리면 30세이브와 1점대 방어율이 목표다.

올해 손승락은 마무리로 활약하며 빠른공과 슬라이더, 컷패스트볼을 주로 던졌다. 경찰청 시절부터 던졌던 커브와 포크볼, 투심패스트볼도 꾸준하게 연습했다. 선발투수가 될 경우를 대비해 착실히 싸울 무기를 만들었다.

2010년은 손승락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다. 구원왕이 됐고, 연봉도 35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신인 때부터 만났던 미스코리아 김유성 씨와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손승락의 야구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어린 시절 꿈꿨던 100승 투수가 될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는 있다. 30세이브를 넘어 40세이브를 할 수 있는 능력도 그에게 있다. 마운드에서 ‘투사’가 되는 그의 공격적인 피칭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손승락은? ○생년월일=1982년 3월 4일 ○출신교=내당초∼경상중∼대구고∼영남대 ○키=187cm(우투우타) ○입단=2001년 현대 2차 3번(전체 25순위) ○2011년 연봉=1억 3000만원 ○2010년 성적=53경기 63.1이닝 2승 3패 26세이브(세이브 부문 1위) 1홀드, 방어율 2.56, 64탈삼진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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