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女축구 두 사학 라이벌전 보고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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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은 “요즘 같으면 살맛 난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지난해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심도 없다가 이젠 여자축구 얘기만 나와도 반갑게 대화가 시작된단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포츠토토가 실업팀 창단작업에 들어갔고 충북도청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창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오 회장은 “현재로서는 실업팀은 두 개 이상은 힘들다. 아직 저변이 약해 선수 수급이 안 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자연맹은 올해 춘계연맹전과 선수권대회, WK리그의 타이틀스폰서로 기업은행과 10일 조인식을 한다. 연간 5억 원의 ‘대박’ 계약이다. 오 회장은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과도 스폰서십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을 ‘여자축구의 해’로 삼고 있다. 7일 개막한 아시안컵이 있고 7월에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남자)이 있지만 지난해 이뤄 낸 여자축구의 성과를 저변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부는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난해 말 185억 원을 투자하는 대대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운영자금도 매년 20억 원을 지원해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은 충분하게 확보했다. 6월 열리는 독일 여자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하지만 2015년에는 본선 진출은 물론이고 좋은 성적을 낼 기반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여자축구인들은 “하나가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여자대학을 대표하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의 팀 재창단. 고려대와 연세대 두 사학 라이벌이 한국 스포츠를 키웠듯 두 명문 여대가 팀을 만든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문화부가 적극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온적이다. 창단 첫해 1억 원, 이후 2년간 1년에 5000만 원씩이란 지원책이 별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화여대 감독을 했던 강신우 MBC 해설위원은 “이대와 숙대가 축구팀을 만들면 여자축구의 위상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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