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직장암 4기 판정 후 세 번이나 대수술을 받았다. 후유증으로 정상적 배변이 불가능해져 5급 장애 판정을 얻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사선을 넘나들던 그는 두 발에 희망을 건 채 달리기 시작했다. 마라톤 입문 2년 만에 풀코스를 완주했고 이듬해인 2003년부터 울트라마라톤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100km 이상 코스를 20번이나 완주했다. 4일 충북 충주를 출발한 25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는 강준성 씨(59) 얘기다.
강 씨는 국토를 두 바퀴 종주하는 ‘2013년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성공을 위한 대한민국순회 2500km 울트라마라톤’ 참가자 16명 중 최고령이다. 2008년과 2009년에 이미 전국일주 15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900km를 달렸다. 강 씨와 참가자들은 충주-대구-남원-춘천-속초-부산-완도-서산-임진각을 거쳐 다음 달 1일 2500km의 종착지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해야 한다.
완주를 위해선 매일 100km를 달려야 한다. 오전 10시 체크포인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탈락이다. 이 때문에 매일 식사와 취침 시간을 안배하는 것이 완주의 관건이다. 참가자들은 야외 버스정거장, 찜질방 등지에서 하루 평균 4∼5시간 수면을 취할 뿐이다. 당일 예정된 레이스를 일찍 마친 선수들에겐 맛깔스러운 식사와 약주 한 잔의 여유시간도 허용된다.
하지만 남들보다 길고 잦은 배변 처리가 필요한 강 씨의 사정은 다르다. 두세 시간의 쪽잠이 그에게 주어진 최대 수면 시간이다. 그나마 깨지 못하면 낙오한다는 중압감에 새우잠을 자기 일쑤다. 강 씨는 “남보다 빨리 뛸 수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디까지 뛰겠다는 목표는 없다. 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다음 달 1일 종착지에서 강 씨를 볼 수 있을까? 동료 선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혹시라도 완주를 못한다 할지라도 인간 한계를 뛰어넘은 열정은 광화문광장을 꽉 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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