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구대성 은퇴하던 날…구대성,직구 4개로 마지막 아웃 잡다

배영은기자 , 홍길동기자 입력 2010-09-04 07:00수정 2015-05-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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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공이 손을 떠났다. 삼성 조동찬이 받아친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날아갔다. 한화 구대성(41)은 그 흰 포물선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몸을 돌려 후배 포수 신경현과 힘껏 포옹했다.

대전구장에서 잡아낸, 그의 마지막 아웃카운트. 레전드와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덕아웃 앞으로 나온 선수단의 유니폼 뒤에는 모두 ‘대성불패’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가장 아끼는 후배”라던 정민철 투수코치가 서 있었다. 이글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두 에이스의 맞닿은 어깨 위로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마지막 등판 “홀가분하다”

구대성 “마지막 승부…조동찬이 봐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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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와 시타부터 남달랐다. 구대성이 직접 던진 공을 아들 상원(13) 군이 걷어냈다. 구대성은 “아들이 경기 전에 ‘쳐도 돼?’ 묻길래 ‘쳐 봐’ 했다. 밖으로 많이 빠졌는데 정말 치더라”면서 대견한 듯 웃었다.

하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마지막 투구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깊어졌다. “비로소 홀가분하다. 경기 전부터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 “직구만 네 개를 던졌고, 생각 외로 공이 잘 들어갔다”면서도 “조동찬이 일부러 방망이 끝에 맞혀서 봐준 것 같다”고 쑥스러워 했다.

○구대성을 위해 모인 사람들

김인식·장종훈 등 레전드들 ‘레드카펫’ 배웅

5회말이 끝나자 그라운드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구대성의 활약상이 전광판을 수놓는 동안, 그의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15명의 지인이 흰 야구공을 들고 모였다.

옛 은사인 김인식·이희수 전 한화 감독부터 송진우(일본 연수로 불참)·정민철·장종훈을 비롯한 옛 동료들, 그리고 아내 권현정씨까지.

구대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은인을 묻자 “돌아가신 이성규 선생님(아들인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이 대신 참석)은 내 투구폼을 가장 먼저 잡아주시고 여러가지 조언을 많이 해주신 분이다. 은퇴를 앞두니 생각이 많이 난다”며 추억에 젖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일본 킬러’

선동열감독 “국제대회서 가장 공로 컸던 선수”

1993년 빙그레에 입단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구대성은 1999년 한화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에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지킨 투수였다.

일본 오릭스(2001∼2004년)와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2005년)를 거친 후에도 다시 한화로 복귀해 전설을 이어갔다. 한국 통산 성적은 568경기에서 67승 71패 214세이브에 방어율 2.85. 구대성은 국제대회에서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구대성이 공 155개로 3-1 승리를 이끈 2000시드니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을 떠올리면서 “국제무대에 나선 투수 중 구대성의 공로가 가장 큰 것 같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핑계를 대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투수였다”고 떠올렸다.

○“한화 이글스 투수 구대성입니다”

팬들 환호속 정든 마운드에 작별의 입맞춤

은퇴식의 막바지. 대전구장 관중석은 ‘대성불패’라고 씌여진 흰 수건으로 뒤덮였다. 구대성은 “팬들의 목소리가 다 들렸다. 앞으로도 잘 살라고 (환호)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마운드에 우뚝 선 그의 마지막 인사.

“한화 이글스 투수 구대성입니다. 저는 이제 한화를 떠나지만 팬 여러분은 끝까지 한화에 남아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정든 대전구장 마운드에 입맞춤했다.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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