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23·롯데)이 넥센 유니폼을 입던 시절, 넥센 김시진(52) 감독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황)재균이나 (강)정호(23·넥센), 둘 중에 한 명이 2루타라도 치면, 다른 한 명의 눈빛이 달라져.” 동갑내기이자 입단동기인 둘은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2008년 주전자리를 꿰찼고, 2009년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등 야구인생의 행로도 비슷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라이벌 관계는 주변에서 만든 것이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황재균이 롯데로 트레이드된 뒤로도 둘은 여전히 우정을 나누는 친구. 그래서인지 질문의 수위(?)는 더 강했다. 한편 강정호는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지난 시즌까지 팀 동료였던 LG 이택근(30)을 지목했다. 둘 역시 친형제 같은 사이라, 톱스타와의 열애 등 가감 없는 질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황재균이 강정호에게
잘 지내냐? 내가 가니까 속시원하냐? ㅎㅎ. 이제 경쟁할 사람 없어서 외롭기도 하겠다. 일단 올해 네 성적이 좋아 나도 기분이 좋다. 근데 하나는 꼭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수비할 때 에러 좀 그만 하란 말이야. 작년에도 수비 때문에 골든글러브 놓쳤잖아.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앞으로 실책 하지 말고 꼭 골든글러브 딸 수 있는 강정호가 되길 바란다.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줄게.
○강정호가 황재균에게
나야 잘 지내지. 하긴 네 말대로 선의의 경쟁자가 없어서 외롭기도 하다. 사실 우리 라이벌 관계는 주변에서 더 부추긴 것 같아. ^^ 내가 실책 많이 한다고? 올해는 수비보다 방망이로 더 많이 보여주고 수비는 광저우 때부터 좋은 모습 보여주마. 골든글러브를 못 탄 게 어디 꼭 수비 때문 만이겠냐. (손)시헌(30·두산)이 형, (나)주환(26·SK)이 형, 좋은 선배들이 많잖아. 그건 그렇고, 넌 잘 지내냐? 하위팀에 있다 상위팀 가니까 좋아? 꼭 4강에 들어서 여기서 못 이룬 우승의 꿈을 펼치길 바란다.
Q1. 넥센 동기 넷중 네가 젤 잘생겼다고? A1. 당연하지! 너야 순전히 화면발 아냐
Q2. 여자 많으면서 왜 자꾸 소개해달래? A2. 너야말로 제발 여자 그만 좀 울려라
-작년엔 우리가 선의의 라이벌이었잖아. 내가 부상에다 성적까지 좋지 않았고,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는데 솔직히 네 기분은 어땠어? 난 사실 많이 힘들었다.
“올 시즌 초반에 너랑 나랑 둘 다 안 좋았잖아. 난 원래 슬로 스타터지만, 넌 처음에도 잘 하는 스타일이잖니. 솔직히 나도 안타까웠지. 그래도 난 믿었어. 너도 슬슬 페이스가 올라올 거라고. 그런데 손목도 아프고, 힘든 시기를 보내니 친구로서 나도 많이 마음이 안 좋았단다.” -올해 정호 성적이 좋은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분도 좋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시샘이 날 정도로 말이야. 너는 내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어떻게 생각을 했어?
“나도 네가 잘 할 때는 시샘을 했지.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나봐. ^^ 우리는 서로 어드바이스를 많이 하는 사이잖아. 난 무엇보다 손목통증이 네 부진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어. 손목이 아프니까 타격기술도 잘 발휘가 안 되고, 신경도 많이 쓰였던 것 같아. 하지만 실력이 있으니까 내년에는 야구 잘할 것 같다. 내가 널 잘 알잖니. 넌 분위기를 많이 타는데 롯데는 팬도 많으니까 흥겹게 잘 칠거야.”
-네 별명이 ‘강게이’ 잖아. 넌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알고 있어? 정말 궁금해서 꼭 한번 묻고 싶었다.
“도리어 내가 묻고 싶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그냥 내 추측에는 내가 달라붙는 옷을 즐겨 입어서 그런 게 아닌 가 싶은데…. 아니면 남자 사이라도 친해지면 어깨동무도 잘하고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잘 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데 이 녀석이 별 얘길 다 꺼내네. 네 별명은 뭔지 알지? ‘황청이’다. (강정호는 ‘황재균과 멍청이’의 합성어라고 설명)”
-넥센에서 너랑 나랑, 그리고 김상수 유선정 이렇게 넷이 동기였잖아. 너는 항상 우리 넷 중에서 네가 가장 잘 생겼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 진심이었냐? 우리 셋은 내가 제일 꼴찌라고 이미 결론 냈다. 네 생각은 어때?
“솔직히 우리 넷이서 이 얘길 한 적은 없는 것 같아. 주로 (김)상수랑 나랑 얘기했는데, 그냥 장난스럽게 한 거지 뭐.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희 셋 보다는 내가 낫다는 거야. (유)선정이는 팬들이 ‘꽃사슴’이라고 불러주니 자기가 귀여운 줄 알고, 너는 사실 ‘화면발’이 잘 받는 거잖아. 너 실제로 본 사람들은 다 실망해. 난 ‘화면발’은 잘 안받지만 실물은 괜찮지. 아, 이런 방법이 있겠다. 인터넷 투표를 해보는 거야. 팬들은 과연 누가 젤 낫다고 생각하시는지. 야구실력 빼고 순전히 얼굴로만. 아, 이렇게 하면 팬이 많은 내가 좀 유리하려나?^^”
-너는 만나는 여자가 한 두 명이 아닌데, 왜 나한테까지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조르는 거야. 여자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마라.(황재균은 이 질문을 던진 뒤, ‘반드시’ 자신에 대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너야말로 여자가 많으면서 왜 나에게 소개를 한 번도 안 시켜 주는 것이냐? 핸드폰 저장된 번호 보면 다 여자던데…. 난 ‘친구’는 있지만 ‘여자친구’는 정말 없단 말이야. 네가 잘 알잖아. 내가 소개시켜달란 건 여자친구가 될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 여자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말라고? 그건 너겠지. ^^ 왜인지는 뭐 자세히 설명 안 해도 네가 잘 알겠지?”
-자꾸 내 사복 입는 스타일을 갖고 뭐라 하는데, 평소 네 스타일을 보면서 그런 말해야 하는 거 아냐? 꼭 촌놈 스타일로 하고 다니면서 말이야.
“(김)민우(31·넥센) 형이 지난 번 릴레이 인터뷰 때 너에게 질문 한 거 봤는데, 형도 네 스타일을 지적하더라. 누누이 말했잖아. 네 허벅지에 스키니진은 안 어울린다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야. 사람에게는 다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는 거야. 난 호리호리한 내 몸매가 좋아서 딱 붙는 옷 입는 것 뿐이지. 내가 ‘촌놈’ 스타일이라고? 내 고향이 광주라서 그렇게 놀리나본데, 너처럼 방배동 출신이라고 다 스타일 있는 거 아니거든. 고향이 무슨 죄냐? 너 광주 무시하면, KIA 팬들한테 혼난다! ^^”
-난 항상 네가 타석에서 타이밍을 잡는 게 부러웠어. 타석에서 타이밍 잡는 노하우 좀 가르쳐 줘.
“타자마다 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거잖아. 난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쳐 와서 그런지 이 폼이 익숙할 뿐이야. 딱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너는 타이밍이 조금 빠른 감이 있는 것 같아. 배트 스피드도 좋으니까, 좀 여유 있게 타이밍을 ‘죽’ 길게 가져간다는 느낌으로 쳐도 좋을 것 같아. 포스트시즌에 꼭 올라가서 그렇게 쳐주길 바란다.” ○강정호는? ▲생년월일=1987년 4월5일 ▲출신교=화정초∼무등중∼광주일고 ▲키·몸무게=183cm·82kg(우투우타)▲프로 데뷔=2006년(2006 신인 드래프트 현대 2차 1번, 전체 8번)▲2009년 성적(1군)=133경기 476타수 136안타 23홈런 81타점 73득점 3도루 ▲2010년 연봉=1억500만원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