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승부사’ 獨 뢰프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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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근성+스페인 재능+α…

끊임없이 연구-분석… ‘변신의 귀재’
젊은피 수혈- 패스축구로 녹슨전차 개조
우루과이 꺾고 월드컵 3위… 명장 반열에

한 번은 운일 수 있다. 두 번 연속은 실력이다.

요아힘 뢰프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50)은 이제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릴 만하다. 그는 ‘전차군단’ 독일을 유로 2008에서 준우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3위로 이끌었다. 그동안 뢰프 감독은 영화배우 톰 크루즈를 닮은 멋진 외모로 노타이에 캐주얼 슈트를 즐겨 입고 카디건에 머플러 등 다양한 패션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냉정한 카리스마를 갖춘 전술 운용의 천재란 평가까지 받았다.

○ 변신 또 변신

뢰프 감독에겐 ‘스펀지’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운다. 스페인과의 유로 2008 결승에서 패한 뒤 스페인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 패스 위주의 기술 축구에 당했다고 보고 변신을 시도했다. 패싱 플레이에서는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패스하기 전에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을 단축하도록 주문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은 파워를 앞세웠던 무거운 전차군단 이미지를 탈피하고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축구로 변신했다. 뢰프 감독이 잉글랜드의 근성과 스페인의 재능을 혼합했다는 찬사가 나왔다.

○ 냉정한 카리스마


뢰프 감독은 노쇠한 선수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 대신 젊은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한 토마스 뮐러(21·바이에른 뮌헨)와 미드필더 메주트 외칠(22·브레멘), 수비수 제롬 보아텡(22·함부르크) 등이 그가 발굴한 선수다.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빚었고 부상도 겹쳤던 미하엘 발라크(34·바이엘 레버쿠젠)를 버렸다. 하지만 미로슬라프 클로제(32·바이에른 뮌헨)와 아르네 프리드리히(31·헤르타 베를린) 등 베테랑에게도 힘을 실어줘 신구를 적절히 조화시켰다. 특히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여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클로제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발탁했다. 클로제는 4골을 터뜨려 이에 보답했다.

○ 무명 신화

뢰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의 골잡이였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네 경기를 뛴 게 전부. 하지만 1995년 슈투트가르트 감독으로 지도자에 입문한 그는 차근차근 명성을 쌓았다. 2004년 자신을 눈여겨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46)의 러브 콜을 받고 전차군단에 합류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참모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냉철한 분석과 공부하는 자세로 전차군단을 세계 최고의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정상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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