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우승 합작 유재학 - 방열의 ‘30년 사제인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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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KCC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던 모비스 벤치 뒤에는 백발의 한 원로 농구인이 매 경기 40분 내내 꼿꼿이 선 채 관전을 했다. 모비스 방열 기술 고문(69)이었다. 모비스가 KCC를 4승 2패로 꺾고 우승한 11일 방 고문은 모처럼 밤늦도록 선수단과 자리를 함께하며 기쁨을 나눴다.

방 고문은 유재학 감독(47)과 각별한 인연으로 엮인 오랜 사제 관계다. 경복고와 연세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유 감독이 대학을 졸업한 1986년 실업팀 기아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1989년 농구대잔치에서 유 감독은 무릎 통증에 시달려 치명적인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는 대포주사까지 맞아가며 투혼을 발휘한 끝에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결국 유 감독은 3차례 무릎 수술을 받더니 1991년 28세에 은퇴했다.

방 고문은 그런 유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늘 가슴 한 구석에 지니고 있었다. 방 고문의 지도자 인생도 순탄치 않았다. 당시 팀 내 파벌 다툼 속에 일부 선수들이 고의 패배 사태까지 일으켜 유 감독이 떠난 뒤 얼마 후 기아 감독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40년 가까이 몸담던 코트와 작별을 고한 방 고문은 경원대 교수로 새 길을 걸었다. 이번에 모비스와 우승을 다툰 KCC 허재 감독은 기아를 떠날 때 같은 팀 선수로 뛰고 있었기에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유 감독은 2004년부터 전력 분석과 전술 조언을 하고 있는 방 고문을 평소 롤모델로 꼽는다. “내 지도력은 거의 방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 계속 많이 배우고 있다.” 체력과 수비를 강조하고 학구적인 스타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닮은꼴.

유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다. 방 고문은 한국이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딸 때 대표팀 감독이었다. 국내를 평정한 이들이 아시아경기 정상에서도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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