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국내 최장신 ‘하하 남매’의 엇갈린 명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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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를 고비 때마다 적극적으로 쓴 게 좋은 결과가 됐다.”(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승진이가 있었더라면 함지훈을 제대로 막을 수 있었을 텐데….”(KCC 허재 감독)

지난달 31일 남녀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동시에 열렸다. 임달식 감독은 삼성생명을 꺾은 뒤 22분만 뛰고도 24점을 넣은 하은주를 승리의 주역으로 손꼽았다. 반면 허재 감독은 모비스에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한 뒤 하승진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우승 트로피를 향한 중요한 일전에서 희비가 엇갈린 두 살 터울의 친남매 하은주(27)와 승진(25). 피를 나눈 이들은 코트에서도 비슷한 운명을 지녔다. 202cm, 98kg인 하은주와 221cm, 140kg인 하승진은 농구 선수로 부러워할 하드웨어를 지녔지만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다른 선수들보다 부상이 커질 위험에 노출됐다. 임 감독은 “은주와 승진의 몸은 유리알이나 다름없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때 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일본에 귀화까지 했던 하은주는 무엇보다 재활과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리고 있다. 부상 재발을 막고 근력을 키우려고 매일 4시간 가까이 운동기구와 씨름할 정도. 공을 갖고 하는 운동 시간이 더 적다. 신한은행 입단 후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거든 하은주는 “몇 분을 뛰더라도 최상의 기량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누나의 이런 태도는 동생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하승진은 정규시즌 중반 허벅지를 다친 뒤 무리하게 출전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탈이 났다. 포스트시즌에는 벤치 신세가 됐다. 최근 상태가 꽤 호전돼 훈련 참가를 시작한 하승진은 “뛸 수 있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허 감독은 “10분을 뛰게 했다가는 열 달을 쉬게 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은주와 하승진은 지난해 나란히 정상에 오르며 동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또 정상에서 만나자며 손가락을 걸었던 ‘하하 남매’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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