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둘레 잰 적 없는데… 예쁘다니 고맙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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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m 23위 이상화 인터뷰



“규혁-강석 오빠 덕 너무 많이 봐

큰절 100번 이상 해야될 것 같아”

어머니 “예쁜 딸! 수고했다” 문자

한결 여유로웠다. 36명 중 23위로 처졌지만 실망한 표정은 전혀 없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21·한국체대)가 19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1분18초24를 기록해 메달 추가에 실패했다. 이상화는 “1000m는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성적을 낸 적이 없어 별로 기대를 안 했어요. 그래도 왕베이싱(중국·24위·500m 동메달)을 이겨 기뻐요”라며 웃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누리꾼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본 이상화는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제게 재미있는 별명을 붙여주시는 것이 너무 웃겼어요. 최고 단점인 허벅지를 꿀벅지라고 불러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허벅지 둘레가 23인치라고 언론에 나온 것에 대해 그는 “사이즈를 잰 적은 없어요. 체육과학연구원에서도 재보자고 했는데 제가 싫다고 했어요”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예쁘다’는 칭찬에 대해서는 쑥스러워했다. 그는 “솔직히 감사해요. ‘운동선수치고는 예쁘다’라는 말을 딱 한 번 들어봤죠. 예전에는 정말 예뻤었는데…”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규혁(32·서울시청)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상화는 “그동안 규혁 오빠와 (이)강석 오빠의 덕을 너무 많이 봤어요. 오빠들도 성적이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오빠들에게 큰절을 100번 이상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그는 “일단 푹 자고 싶어요. 금메달 따고 나서 편하게 잤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네요. 빨리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어요”라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 씨(49)는 이날 슈퍼맨 귀고리를 걸고 TV로 1000m 경기를 지켜봤다. 딸이 밴쿠버로 떠나기 전 선물한 귀고리였다. 이상화의 귀에도 역시 같은 귀고리가 걸려 있다. 김 씨는 “상화가 ‘밴쿠버에서 엄마와 함께 슈퍼맨처럼 날겠다’며 주고 갔다. 오늘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밴쿠버 하늘은 이미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김 씨는 서둘러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예쁜 딸! 오늘도 잘했어.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정말 수고했다.”

한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상화와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자 두 사람을 CF 모델로 섭외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온다”며 “벌써 10여 개 업체가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다시보기]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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