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조인성 반전드라마 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2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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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포수 조인성(35)은 최근 절친한 선배 박찬호(37·전 필라델피아)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잠실야구장에서 함께 훈련하던 박찬호가 "현재 LG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조인성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조인성은 '안티 팬'이 많다. 다른 팀 팬뿐 아니라 LG 팬들에게도 그렇다. 지난 해 8월 6일 KIA와 경기 중 마운드에서 팀 후배 투수 심수창과 언쟁을 벌인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튿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간 조인성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팀이 7위로 시즌을 마감하자 비난의 화살은 더욱 집중됐다.

조인성은 20일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 만난 자리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 옷을 벗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 날 이후 밝게 웃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웃으면 '쟤는 저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올까'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심수창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사이였다. 다만 경기장에서 유독 엄하게 대한 건 사실이다. 조인성은 "수창이가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평소부터 경기장에선 많이 다그쳤다. 하지만 그날은 수창이도 뭔가 안 좋았는지 사건이 커졌다. 결국 투수와 신뢰를 쌓아두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했다.

나락까지 떨어진 조인성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것은 박종훈 신임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조인성을 불러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그는 모처럼 속마음을 보였다. 박 감독은 "내년 시즌 우리 팀의 키는 조인성이 쥐고 있다"며 무한 신뢰로 화답했다.

프로 13년차가 되는 조인성이 기억하는 최고의 해는 2002년이다. 그해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현 SK)은 그를 전적으로 믿고 내보냈다. 스스로 사인을 냈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배우고 익혔다. 하지만 2003년 이후 그는 사인을 직접 내 본 적이 없다. 사인은 항상 벤치에서 나왔다. 그는 공을 받는 포수일 뿐이었다. 박 감독은 "올해 사인은 모두 네게 맡기겠다"고 했다. 조인성은 "감독님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해 보자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조인성은 입단 때부터 포수로 타고 난 몸을 가졌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팔꿈치가 너무 아파 송구는 물론 타격 훈련도 하기 힘들었다. 최근 2년간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지금은 통증이 사라져 전지훈련에서 모처럼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조인성은 "나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수들과도 더욱 깊은 신뢰를 다져나갈 것이다. 특히 수창이나 정찬헌, 이범준처럼 젊은 투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존경하는 선배 박찬호는 조인성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박찬호는 연봉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특급 투수에서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50만 달러로 떨어졌다가 부활에 성공했다. 조인성은 "나에 대한 나쁜 평가를 잘 안다. 하지만 야구의 매력은 반전이다. 올해 반전에 성공하는 게 나의 과제"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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