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멘토 [2] 최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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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7시 00분


국내 복귀 후 원인모를 추락…황병일 코치 만나 완벽 재기

KIA 최희섭(오른쪽)이 지난해 재기할 수 있었던 데는 황병일 수석코치의 도움이 컸다. 황 코치는 타격기술뿐 아니라 마음을 보듬는 리더십으로 최희섭조차 몰랐던 잠재력을 가르쳐 주었다.스포츠동아DB
KIA 최희섭(오른쪽)이 지난해 재기할 수 있었던 데는 황병일 수석코치의 도움이 컸다. 황 코치는 타격기술뿐 아니라 마음을 보듬는 리더십으로 최희섭조차 몰랐던 잠재력을 가르쳐 주었다.스포츠동아DB
최희섭은 투수가 아닌 타자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선 최초의 한국인이다. 큰 기대 속에 한국으로 돌아온 2008년. 그러나 끝없는 추락이 이어졌다. 그리고 한 때 최고의 찬사였던 ‘메이저리그 최초 한국인 타자’ 타이틀은 ‘형저메’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바뀌어 비수처럼 꽂혔다. 결국 2군행을 통보받은 최희섭은 짐을 싸 인적마저 드문 함평구장으로 향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지만 함평구장은 한적한 농촌에 덩그러니 지어진 쓸쓸한 야구장으로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시설이라곤 녹슨 컨테이너 박스가 전부. 몇 해 전까지 메이저리그 차세대 홈런왕으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지만 에어컨 하나 없는 함평의 더위와 싸워야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그 곳에서 최희섭은 인생 최고의 멘토를 만났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실 최희섭이 국내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가 꼭 필요했다. 도움이 절실했지만 단체중심인 국내 훈련방식에서 최희섭은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의 타격폼을 선뜻 뜯어고치기도 부담스러웠다. 여기에 원인모를 두통까지 최희섭을 괴롭혔다.

하지만 함평에서 최희섭은 웃음을 되찾았다. 남도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황병일 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1시간이 넘도록 배트를 휘둘렀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황 코치는 최희섭에게 “넌 홈런타자기 때문에 삼진은 얼마든지 당해도 좋다”며 미국에서부터 따라다닌 삼진 공포증부터 날려버렸다. 그리고 함께 고민하며 타격 폼을 간결하게 바꿨다. 혹독한 훈련이 더해지며 최희섭은 단숨에 국내 정상급 타자로 떠올랐다.

최희섭은 황 코치를 사석에서 “아버지”라고 부른다. 가야할 길을 잃고 거칠게 방황하던 순간 야구선수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이끌어준 황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깊이 담고 있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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