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방아 연아… 그래도 ‘피겨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 그랑프리5차 프리스케이팅

점프 실수 불구 적수없어
그랑프리 7회연속 우승

“긴장 많이하고 성적부담
올림픽 앞두고 좋은 경험”
음악이 멈추자 박수가 쏟아졌다. 빙판 위로 수많은 인형이 던져졌다. 그러나 주인공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점수를 보기 두려웠을까.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는 발표를 앞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 트리플 플립 점프하다 넘어져

김연아는 16일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 1980링크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1.70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76.28점) 점수를 합쳐 총점 187.98점으로 우승했다. 2위 레이철 플랫(미국·174.91점)과는 13.07점 차.

이로써 김연아는 2006∼2007시즌 그랑프리 4차 대회부터 그랑프리 시리즈 7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 그랑프리 1차 대회를 비롯해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내달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노출됐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를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등 난조를 보였다. 프리스케이팅 순위에서 플랫(116.11점)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목표였던 200점대 유지도 실패했다.

○ 심리적 부담감 해결이 숙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원인으로 체력 부족과 부담감을 꼽았다. 그는 “첫 점프부터 흔들려서 끝까지 마무리를 잘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1차 대회 때보다 자신감이 부족했고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몸이 무거웠다는 김연아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심리적 부담감이었다. 그는 공식 훈련과 경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스케이트화 끈을 고쳐 매는 모습을 보였다. 무언가 불안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김연아는 “끈이 헐렁해 고쳐 맸다. 세세한 일에 신경을 쓴 것은 긴장을 많이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차 대회 성적이 너무 좋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어제 쇼트프로그램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더욱 그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연아는 금세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번 대회에서 많은 걸 배웠다.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좋은 경험을 했다”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레이크플래시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옆에서 본 김연아
새벽 2~3시 취침… 하루 한끼는 꼭 밥으로
16일 막을 내린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는 김연아를 위한 잔치였다. 그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여유 있게 우승했다. 김연아는 피겨 여왕의 실력을 갖춘 한편으로 장난스러운 이웃집 동생 같다. 그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피겨 여왕은 올빼미=대회 기간 김연아의 일상은 단조롭다. 호텔, 경기장, 식당을 오가는 게 전부다. 아침 식사를 한 뒤 공식 훈련에 참여하고 경기 전까지 휴식과 물리치료를 받는다. 저녁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다. 취침 시간은 보통 오전 2∼3시다. 늦은 시간까지 인터넷 웹서핑을 즐긴다. 친구들과 메신저를 하거나 기사를 검색하며 훈련으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생일 선물은 금메달=그가 우승한 날은 현지 시간 15일로 어머니 박미희 씨(50)의 생일이었다. 김연아는 특별히 선물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박 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메달을 선물로 받았다. 김연아는 “더 좋은 성적으로 멋진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하루에 한 끼는 밥으로=김연아는 빵을 좋아한다. 하지만 한 끼는 꼭 밥을 먹는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한식을 먹으며 힘을 얻는다. 대회 기간에 점심은 가까운 일식집이나 중국집으로 간다.

△신장의 비밀=김연아의 공식 키는 164cm.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재본 적은 없다. 사람들이 키에 대해 물으면 대답은 제각각이다.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이 키가 커졌다고 얘기하면 1cm씩 올리죠. 그래서 키 커졌다는 얘기만 나오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하하.”

레이크플래시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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