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샛별 이청용의 힘] 평소엔 얌전이…경기장선 파이터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7시 00분


이청용. 스포츠동아DB
이청용. 스포츠동아DB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 배짱 일품

조기 프로진출 수준높은 감 체득

세계최고 EPL무대 장악 큰 무기


이청용(21·볼턴)이 25일(한국시간) 에버턴과의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4번째 공격포인트(2골·2도움)를 올렸다.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평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 가장 큰 요인으로 이청용이 한국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영리한 기술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세계최고의 무대라는 EPL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과 배짱 역시 그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또 다른 무기다.

○배짱과 자신감
이청용은 경기장 밖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선수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때도 여간해서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에만 들어서면 누구보다 근성있는 파이터로 변한다. FC서울 소속이던 작년 3월 LA 갤럭시와의 친선전에서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향해 거친 백태클을 시도해 베컴이 벌컥 화를 낸 것은 잘 알려진 일화. K리그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를 이단옆차기로 가격해 많은 팬들의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도봉중 시절 이청용을 발탁해 프로에 입단시켰던 경남FC 조광래 감독은 “평소에는 얌전한데 운동장만 들어가면 의욕이 넘친다. 그래서 때로 지나친 파울도 내고 퇴장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스스로 잘 컨트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별’들 사이에서도 이런 자신감은 변치 않는다. 이름만 대면 다 알 법한 선수들이 모여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도 “예전에 (서울에서) 한 번 붙어봐서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담담해 했다. 이런 배짱은 경기 중 여유있는 플레이로 이어진다.

이청용은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전반 2분 패스를 받은 뒤 중앙이 밀집돼 있자 곧바로 측면으로 연결해 동료 코헨의 헤딩슛을 이끌어 냈다. 조 감독은 “밀집수비를 뚫는 간결한 패싱이나 세네갈전에서 보여준 수비 뒤 대각선으로 빠져 들어가는 스루패스는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하기 힘든 플레이다”고 평했다.

○조기 프로행
이청용이 어린 나이에도 이처럼 배짱과 여유를 갖게 된 건 성장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학교 중퇴 후 FC서울에 입단한 뒤 꾸준히 2군 리그에서 뛰며 성인축구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또한 소속 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작년 5월에는 A대표팀에 발탁돼 수준 높은 플레이를 직접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조 감독은 “이청용은 어렸을 때부터 프로에 대한 개념이 잡힌 선수다. EPL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