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더 강해지는 SK의 힘… 동료애보다 진한 전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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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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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식 지옥훈련서 유대감 생겨
팔꿈치 수술 앞둔 투수 채병용
PO-KS서 잇단 살신성인 등판
외국인선수도 “해보자” 동참

SK 채병용이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20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SK 채병용이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20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1. 20일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 SK 채병용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오른 팔꿈치는 정상이 아니다. 안쪽 인대가 손상됐고, 공을 던질 때마다 뼈와 뼈가 부딪친다. 시즌이 끝나면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런 채병용이 5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연패 뒤 2연승을 이끈 귀중한 승리였다. 마운드를 내려왔을 때 그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팔꿈치와 허리 등 온몸이 쑤셨다”고 말했다. 경기 후 그는 “마지막 9회 위기 상황 때 벤치를 둘러보니 정말 선수들이 하나가 돼 있었다. 서로 ‘괜찮다’고 다독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2. 10일 열린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3차전.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SK는 채병용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채병용은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잘 던져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주장 김재현은 다음 날 “아픈 팔로 저렇게 잘 던지는 걸 보고 뭉클했다.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우리도 병용이처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이런 선수들과 한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요즘 SK 선수단의 분위기가 이렇다. 에이스 김광현과 주전 포수 박경완이 없어도 SK는 여전히 강하다. 오히려 위기에서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지고 난 뒤에도 SK 선수단의 기는 꺾이지 않았다. “오늘 졌으니 내일은 이기면 된다”며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고참 박재홍은 “다른 팀에 동료애가 있다면 SK에는 ‘전우애’ 같은 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K의 훈련은 군대 훈련처럼 혹독하다. 나도 3년째에야 겨우 적응했다. 힘든 과정을 함께 몸으로 이겨내면서 선수들 간에 끈끈한 유대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런 팀 분위기는 외국인 선수들에게까지 전염됐다. 일본인 선수 카도쿠라 켄은 “한국 미국 일본에서 야구를 하면서 이런 팀은 처음이다. 동료들과 헤어지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3차전 선발이었던 게리 글로버는 “5차전부터는 불펜 대기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오늘 한국시리즈 5차전

승부의 흐름에서는 2연패 뒤 2연승을 달린 SK가 앞선다. KIA가 어떤 카드로 SK의 상승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남은 한국시리즈의 관건이다. 22일 열리는 5차전 선발로 KIA는 아킬리노 로페즈를, SK는 카도쿠라를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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