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웽거 아스널 감독 “나는 술집에서 축구의 모든 걸 배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7시 30분


88년 AS모나코·아스널 리그우승 달성경제학 석사·6개 국어 구사하는 명감독

그라운드의 지략가, 탁월한 리더. 아스널의 거장 아르센 웽거(59)에게 쏟아지는 칭송들이다. 1996년부터 13년간이나 아스널에서 장기집권하며 아스널뿐만 아니라 영국축구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웽거 감독. 그는 이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술집에서 축구 배웠지만…선수 음주 절대불가

웽거의 부모는 프랑스의 북동쪽 작은 마을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면서 술집을 운영했는데, 웽거는 이것이 자신을 훌륭한 감독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이라고 꼽는다.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로부터 많은 것들 듣고 배웠고, 특히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을 익혔다. 이는 선수들과 경쟁팀 감독들, 그리고 미디어를 다루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술집에서 자라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었다. 어린 소년이 늘 어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나에게는 가능했다. 난 겨우 대여섯 살 밖에 안 됐을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가시 돋친 말들을 하는지도 들었다. 난 그 나이 때부터 사람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축구에 열정적인 단골손님들과 시간을 보내며 팀 전술상의 문제와 누가 윙어가 되어야 하고 누가 팀에 있어야 하는 지 등의 선수 운용에 관한 문제들을 토론하곤 했다면서 그것이 축구감독으로서 자신의 첫 경력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비록 매우 어린 나이에 술을 접했지만, 이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술을 한 모금도 허락하지 않는 그만의 축구철학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국축구 역사에 남을 명장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웽거는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경제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해 때로는 선수들이나 팬들로부터 ‘교수님’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유창한 불어, 독어, 스페인어, 영어 실력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이탈리아어와 일본어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축구계의 엘리트라고 불릴 만하다.

하지만 그의 선수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주로 프랑스의 아마추어클럽에서 수비수로 뛰었고, 1978년에 RC스트라스부르에서 프로로 전향하지만 12번 출전에 그쳤을 정도. 이후 1983년 AS칸의 코칭스태프로 가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감독 웽거’의 성적표는 ‘선수 웽거’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아스널 부임 이전에도 1988년 AS모나코를 프랑스 리그 우승에 올려놓으며 일찌감치 감독으로서 인정받은 그다. 1996년 아스널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1997∼1998시즌과 2001∼2002시즌 더블 달성으로 외국인 감독으로는 최초로 더블을 기록했고, 2003∼2004시즌에는 믿지 못할 무패 행진(26승 12무)으로 감독으로 최고 영예인 리그감독협회 올해의 감독상,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명예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고집스러웠던 영국의 축구문화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스널에 부임한 후, 프랑스 선수들을 기용하기를 희망했던 웽거는 레미 가르드, 엠마뉴엘 프티, 니콜라스 아넬카, 티에리 앙리 등을 차례로 영입했는데 이에 영국선수들을 배제하고 자국 선수들을 데려오려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리버풀, 맨유 등에 비해 전력이 다소 약하다고 평가받던 아스널을 성공의 길로 이끌며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전술적인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고 인정을 받았다.

그는 힘을 중시하던 영국 전통 축구를 전술과 기술, 그리고 호흡을 중시하는 현대의 모양새로 바꾸는데 큰 공헌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BBC의 숀 휴즈 기자는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웽거는 아스널에 부임한 후, 선수들이 먹는 것에서부터 훈련 방법, 플레이스타일 등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이 모든 것들이 영향을 끼쳤고, 나는 그것이 환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영국축구에서 웽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인정했다.

○축구에 대한 멈추지 않는 열정

올해 리그감독협회 정기회의에서 강연을 한 웽거는 “살면서 무엇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스무 살이 되었을 때까지 인생을 어떻게 살지 결정하지 못했다면 당신의 인생은 끝난 것”이라고 역설했다. 웽거 본인의 인생에서는 “축구없이 사는 삶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했을 만큼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사실 그는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감독도 어느 정도의 신체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믿었기에 50세가 되면 은퇴를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체력이 다 했다는 것은 분명 핸디캡이지만 경험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밝혀 감독으로서의 열정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언제나 신사적인 모습과 그만의 카리스마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웽거 감독. 그가 아스널과 함께 얼마나 더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를 써 나갈지 기대된다.

맨체스터 (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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