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맨손녀’ 낯익다 했더니…

  • 입력 2009년 9월 30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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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을 앞둔 한국 야구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2차 평가전이 열렸던 2008년 8월 6일 잠실구장. 7회 초 이대호의 높이 뜬 파울 타구를 두산 레플리가를 입고 1루 쪽 블루 지정석에 앉아있던 한 젊은 여성이 맨손으로 잡아 한창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놀라운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화면에 담겼고, 캡처된 영상 자료가 인터넷 야구 관련 각종 게시판과 사이트에 ‘맨손녀’란 이름으로 올라 뭇 남성 팬들을 경악시켰다.

“아니, 남자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여성이 어떻게….”

“제가 좀 운동 신경이 되거든요.”

멋쩍은 듯 배시시 웃는 그의 이름은 한송이(22) 씨. 그는 야구 라이선스 공식 상품업체 (주)NEPOS의 직원으로 잠실구장 두산 팬샵 ‘베어스 하우스’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사실 한 씨는 축구 팬이었다. 어지간한 대표팀 A매치는 물론이고, ‘꽃미남’ 스타들이 즐비한 수원 팬으로 K리그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중, 축구가 가장 좋았다”던 한 씨가 야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다소 묘했다. 축구 팬 동호회에서 알게 된 ‘아는 오빠’가 야구전문 팬 샵 아르바이트를 주선해준 것.

대학생 05학번 새내기였던 2005년부터 소위 ‘알바’를 시작한 그는 졸업 후에도 주말이 되면 팬샵 점원으로 변신했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직업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두산의 열혈 팬이 됐다.

회사가 LG,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팀 용품들도 제작하나 잠실구장에서 주로 일하는 만큼 두산에 좀 더 애정이 간단다. 지난 여름에는 휴가를 받아 부산에 놀러갔는데 이 때도 사직구장을 직접 찾아 두산-롯데의 경기를 관전했다. 놀랄 수밖에 없는 열정. 하도 열심히 야구를 보다보니 딱딱한 공이 자신을 향해 날아와도 무섭지 않다.

“실은 제가 체육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부모님 반대로 무산됐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씨지만 하루 일과는 고되다. 집이 있는 마포에서 한 시간 반이 걸려 잠실로 출근해야 하고, 퇴근을 하면 밤 11시가 넘어가기 일쑤. 그래도 두산 경기 결과는 신문, 방송을 통해 꼬박 챙겨본다. 점포를 지키느라 경기를 관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두산이 가을잔치에 올라 그토록 좋아하는 팀을 계속 응원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야구광이 됐죠.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멀리서나마 두산 팬들의 함성과 응원가를 들으면 불끈 힘이 솟아나요. 두산이 올해에는 꼭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면 합니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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