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끌어주고, 김송희 밀어주고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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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승 도와준 절친 동기들
신 “편하게 쳐라” 격려
김, 끝까지 곁에서 응원

최나연은 1987년생이지만 초등학교를 한 해 늦게 입학했다. 1988년생인 신지애(미래에셋), 김송희, 박인비(SK텔레콤), 김인경(하나금융), 오지영 등과 말을 트고 지내는 절친한 동기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 치열한 경쟁을 거쳐 실력을 키웠다.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잊지 못할 미국 무대 첫 승을 거둔 최나연의 곁은 두 명의 친구가 지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신지애와 아직 무관인 김송희. 둘은 공교롭게도 이 대회 첫날 공동 선두에 올랐다.

신지애는 최나연과 최종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만났다. 우정 어린 대결이 예상됐지만 신지애는 최나연이 버디를 잡은 2, 4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비록 2주 연속 우승은 힘들어졌어도 신지애는 우승 경험이 없는 최나연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18번홀 티박스에 올랐을 때 신지애는 미야자토 아이의 세컨드 샷이 물에 빠졌다는 사실을 전하며 “편하게 치면 우승”이라고 격려했다.

최나연은 “경기가 안 풀릴 때 지애가 ‘왜 이렇게 긴장해’ ‘너무 굳었네’라고 말하며 마음을 풀어줬다”고 고마워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신지애와 포옹을 한 최나연은 김송희에게서 맥주 세례를 받았다. 지난해 1타 차로 준우승한 데 이어 이번 대회 상승세를 못 지켜 공동 8위로 경기를 끝낸 김송희는 먼저 경기를 마친 뒤 18번홀 그린 주변을 지키다 최나연의 우승을 마치 자신의 일인 듯 기뻐했다.

최나연과 김송희는 올 시즌 단짝처럼 붙어 다니고 있다. 동기 대부분이 우승 신고를 한 반면 이들은 정상 문턱만 맴돌았기에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최나연은 김송희에게 “다음에는 꼭 네 차례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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