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은퇴’ 아픔 딛고 명조련사로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시즌 4관왕 이끈 인성여고 김광은 코치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지도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월급 130만 원의 박봉은 그나마 젊은 혈기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몸담고 있는 농구부의 해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 보강도 어려웠다. 그래도 농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으로 온갖 어려움을 견뎠다. 그리고 국내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인성여고 농구부 김광은 코치(39·사진) 얘기다.

김 코치가 이끄는 인성여고는 25일 끝난 제4회 고려대 총장배 전국고교농구대회(후원 동아일보)에서 우승하며 시즌 4관왕에 올랐다. 이날 결승을 지켜본 프로농구 지도자들은 “코치의 지도력이 뛰어났다. 특히 지역 방어를 비롯한 수비 전술이 탁월했다”고 입을 모았다.

송도고와 중앙대를 졸업한 김 코치는 SK에서 뛰던 2000년 프로농구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은퇴해야 했다. 고령과 부상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동료들의 연봉을 올려주기 위해 구조조정을 당한 측면이 강했다. 농구교실 강사로 일하던 그는 2001년 인성여중 코치를 시작으로 2003년 인성여고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첫 우승을 엮어냈다. 서울에서 인천의 학교 근처로 이사한 그는 늘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미국의 선진 농구 기술을 익히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생각하고 연구하라’. ‘어른을 공경하라’, ‘성실하게 노력하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어려운 살림에 선수 지도에만 매달리다 보니 37세인 2007년에야 노총각 신세를 면했다.

프로 출신으로 보기 드문 여고팀 지도자를 맡고 있는 김 코치는 “현실은 고단하지만 보람이 크다. 운 좋게 좋은 선수들을 만났고 그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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