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키워드로 본 한국-사우디전] 주영·근호 ‘믿을맨’ 빛났다

  • 입력 2009년 6월 11일 00시 20분


1. 주영·근호 ‘믿을맨’ 빛났다

2. 승부사-허정무호 무패행진 한번 남아

3. 이운재의 힘- 2번 선방 ‘역시 거미손’

4. 백업요원-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굿’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 팀 감독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의 허정무 감독은 여유 속에 팬들을 위한 ‘축제’를 언급했고, 살얼음판을 걷는 사우디의 호세 페세이루 감독은 비장함 속에 ‘승점 3’에 집착했다.

처한 상황만큼이나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단 분위기, 경기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의 최종 목표는 똑같다. 이기는 것이다. 한국-사우디전 90분에 담긴 내용을 키워드로 풀어본다.

○진정한 승부사

허 감독의 별명은 ‘진돗개’. 한번 물면 좀처럼 놓지 않는 근성을 대변한다. 그런 승부사 허 감독이 내심 노리고 있는 것은 ‘무패’로 본선에 오르는 것이다. 남북 동반 진출을 위해 이긴다는 것은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한국은 2010남아공월드컵 예선 3차 예선 및 최종예선 12경기에서 7승5무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고비는 단 1번, 이란전 뿐이다. 뜻대로 이뤄진다면 1990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또 한번의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허 감독의 승부 근성을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이날 컨디션이 가장 좋은 베스트 멤버를 내세워, 가장 적극적인 공격 전술을 펼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믿음의 축구

허 감독은 경기 전날 이근호와 박주영의 투 톱을 공개했다. 최상의 조합이라는 칭찬도 곁들였다. 국제 대회를 앞두고 이처럼 베스트 멤버를 공개하는 일은 드물다. 상대에게 전력을 노출하는 것은 물론 팀 내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승부를 걸어야하는 경기라면 차라리 미리 발표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선수들의 마음 자세를 다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귀기는 힘들어도 한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허 감독의 사람 사귀는 스타일을 보면 어쩌면 이날 멤버도 허 감독의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근호와 박주영은 기대대로 종횡무진이었다. 현 대표팀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허 감독의 표현대로 상대 문전에서 위협적인 플레이를 연출해냈고, 가장 적극적이고 빠른 플레이를 선보였다. 빠른 패스와 돌파, 과감한 몸싸움으로 허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골이 안 터졌을 뿐이다.

○이운재의 힘

이날 경기장에서 팬들의 응원을 많이 받은 태극전사는 골키퍼 이운재. 한국이 볼 점유율을 높이고 공격을 주도했지만, 상대의 정교한 스루패스에 당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12분 상대 공격수 나시르 알리가 골문 바로 앞에서 수비수가 없는 공간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갈랐지만, 이운재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후반 15분에도 똑 같이 나시르 알리의 완벽한 찬스를 걷어내면서 한국을 구했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과 함께 과감한 허슬 플레이까지. 이날 이운재가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업요원의 성적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경기 누적으로 빠지는 베스트 멤버 3명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였다. 수비수인 이영표와 오범석,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는 이날 엔트리에서 빠졌다. 어차피 월드컵은 11명의 베스트 멤버로는 한계가 있다. 선수층이 두터워야 목표한 16강도,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김정우 자리에 프리미어리거 조원희를 투입했고, 포백라인에는 김동진과 김형일을 선택했다. 조금 낯선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대로 자리를 메웠다. 다만 강한 의욕으로 투지 넘친 플레이를 했지만, 간혹 상대 공격수를 놓쳐 위기를 자초한 것은 되새겨 봐야할 부분이다.

상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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