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 받은 사랑, 병원 지어 돌려주고 싶어”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코리안 신루트’ 개척 박영석 대장 자선사업 추진

에드먼드 힐러리 경(1919∼2008)이 존경받는 것은 1953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가장 먼저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등정 이후 히말라야 오지에 20개가 넘는 학교와 10여 개의 병원을 지은 선행이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등정의 영광을 히말라야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한 박영석 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동국대 산악부 OB)도 마찬가지다. 박 대장은 네팔 현지에 병원을 짓는 등 각종 자선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현지인의 도움으로 숱한 어려움을 넘겨 원정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장은 가장 먼저 병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낙후된 네팔의 의료 현실이 매번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는 박 대장의 그간 공로를 인정해 수도인 카트만두 외곽의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건설비는 약 5만 달러(약 6300만 원). 이 가운데 2만 달러(약 2500만 원)는 박 대장이 직접 내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은 모금으로 마련할 생각이다.

“하나로는 모자랄 겁니다. 먼저 하나 짓고 제2, 제3의 병원 건설에도 나서야죠.”

박 대장은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미국 히말라야재단 등 외국 봉사단체의 활동으로 최근 수십 년간 산간 마을에 학교가 속속 생겼다. 문맹률도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수천 m 높이의 고산 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은 기대하기 힘들다.

“컴퓨터는 구경도 못한 아이들이 많아요. 컴퓨터로 공부도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있게 해줘야죠.”(히말라야 고산 마을에도 ‘PC방’이 있긴 하다. 하지만 사용료가 분당 25루피, 우리 돈으로 치면 500원 정도로 매우 비싸 주로 외국인만 사용한다. 기자가 현지 취재 당시 노트북을 꺼내자 이를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몰려든 적도 있다.)

박 대장은 병원 건립과 함께 네팔 오지에 컴퓨터를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할 생각이다. 네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막상 시작하려니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게 많단다.

“평생 산만 타다가 봉사활동을 하려니 낯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웃음). 저 혼자 힘으로는 힘들 겁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박영석 원정대는 75일간의 원정 일정을 마치고 1일 밤 귀국한다.

카트만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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