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분패’ 최혜용 “잊었다 그리고 얻었다”

  • 입력 2009년 5월 27일 13시 55분


우승 놓쳤지만 자신감 회복 큰 수확…내일 서경오픈서 우승사냥 티오프

최혜용(19·LIG)이 연장전 분패의 아픔을 털어내고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최혜용은 지난 4일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최종 결승에서 동갑내기 유소연(19·하이마트)과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를 펼쳤다.

18홀 승부로도 모자라 연장 9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졌다.

최근 국내여자골프에서는 신지애(21·미래에셋)에 이어 서희경(23·하이트)의 독주 체제가 지속되면서 명승부가 사라졌다. 최혜용과 유소연의 뜨거웠던 연장 혈투는 골프도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새삼 알려줬다. 최혜용은 혈투에 가까웠던 연장전에서 패자가 됐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올해 대학 새내기 최혜용(연세대 체육교육과)은 26일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온 뒤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못했다기보다 소연이가 잘 쳤기 때문에 진거잖아요”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큰 상처를 입었을 법도 한데,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목표를 향한 재도약의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 대회 전까지, 최혜용은 무언가 틀어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2009 시즌 개막전으로 치러진 오리엔트차이나오픈 우승 이후 샷이 불안했다.

“엇박자였어요. 샷이 좋으면 퍼트가 안 됐고, 퍼트가 좋으면 샷이 불안했죠.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둘 다 좋았어요. 이번 시합에서 다시 예전의 감각을 되찾은 게 앞으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아요.”

최혜용의 올 시즌 목표는 다승왕이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직후, “내년 시즌에 다승왕에 도전하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연장전의 패배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혜용은 “우승은 못했지만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더 큰 수확”이라는 말로 그날의 충격을 털어냈다.

29일부터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 열리는 서경힐스테이트오픈에 출전하는 최혜용은 시즌 두 번째 우승 도전에 나선다.

다음은 최혜용과의 일문일답.

-연장전에서 유소연 프로와 무슨 말을 했나?

“서로 시합에 집중하느라 별로 말을 하지 않았어요. 우승이 결정됐을 때 ‘축하한다’고 했어요.”

-가장 아쉬웠던 홀은?

“두 번째 홀에서 버디 기회가 왔을 때 성공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때 끝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체력적인 소모는 없었나?

“경기 중엔 힘들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로 골아 떨어져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기회가 많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쉽긴 했죠. ”

-연장 9번째 홀 버디 퍼트를 놓친 이유는?

“퍼트가 조금 강했어요. 4발자국 정도 됐는데, 조금 강해서 홀을 돌아 나왔죠. 사람들은 길지 않다고 생각하던데, 제 생각엔 꽤 길었어요. 넣고 싶다고 넣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죠.”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셨나?

“엄마와 아빠 모두 “수고했다”고 하셨어요. 최선을 다했으니 기운 잃지 말라고 하셨죠. 아빠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자신감을 찾게 된 게 더 잘된 일이라고 위로해 주셨어요.”

-다음 목표는?

“사실 이번 대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이전까지 성적이 좋지 못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거든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샷 감각을 되찾으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사진제공|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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