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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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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한다는 것도 축하한다는 말도 낯설고 멍한 상태다.
1번홀에서 7m짜리 버디 퍼트가 운 좋게 들어가면서 그 분위기가 계속 살아난 것 같다. 후반에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지킨다고 생각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7번홀 상황은 행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티 박스에서 슬라이스 바람이 불었지만 그렇게 심한 줄은 몰랐다. 3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약간 우측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하게 휘어지면서 나무를 맞고 그린에 볼이 올라갔다. 그걸 보고 ‘우승할 운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대표 상비군(2002, 2003년) 출신이다. 2005년 풀 시드를 확보한 상태에서 군대를 선택했다. 그 때까지 골프를 12년 동안 해오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입대영장이 나온 김에 미련 없이 군대를 택했다.
군대에서는 골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군 생활에 충실했다. 골프와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평생 할 골프 2년 쉰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입대 후 1년 반 정도 전혀 연습을 안 하다가 휴가를 몰아써서 2007년도 시드전에 출전해 2008년 시드를 확보했다. 대회 전 일주일간 제주 오라CC에서 연습을 하고 시드 대회를 나갔는데 신기하게도 볼이 잘 맞았다.
2008년 6월 3일 전역해서 하반기부터 시합을 시작했다. 리랭킹 제도(대회별 시드제도)가 생겨 큰 시합을 많이 뛰지 못했다. 마지막 대회 전까지 획득한 상금이 400만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KPGA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2009 시즌 풀 시드를 획득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우승 상금은 아버지를 다 드릴 것이다. 우승 상금이 1억2000만원이지만 지금껏 아버지가 나를 위해 10억 이상은 투자하셨을 것이다. 이 정도로는 만족 못하실 것 같다.
정리=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