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다운] 김시진 “상대 선수도 보호해야” 따뜻한 항의

  • 입력 2009년 5월 4일 07시 55분


2일 잠실구장. 히어로즈 타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LG 선발 정찬헌(19)의 투구자세가 금지된 이중동작이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정찬헌은 이날 왼발을 뒤로 뺀 후 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지 않고 몸을 앞뒤로 몇 차례 흔들고 공을 던졌다.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김시진(사진) 감독도 투구동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찬헌의 호투가 이어지고 있는 경기, 당장 고성이 오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항의하지 않았다. 대신 심판에게 자신의 의견을 조용히 전달했다. 그날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3일 경기 직전 2일 주심이었던 임채섭 심판위원은 직접 히어로즈 덕아웃을 찾았다. 임 위원은 김 감독에게 “심판위원회가 이중동작으로 결론 내렸다. 앞으로 반복되면 제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LG쪽에도 잘 말해주세요”라며 짧게 답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김 감독은 “어린 선수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괜한 오해가 쌓일 수 있어 경기가 끝난 후 심판들이 잘 판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괜히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지 않느냐. 서로 보고 있는데 심판 앞에서 투구폼 흉내 내면서 항의하고 그러면 서로 오해하기 딱 좋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김 감독의 따뜻한 마음은 상대선수에게도 한 없이 깊었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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