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보다 예쁜 일곱청년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봉중근-윤석민-김태균-추신수 등 준우승 1등공신

28명의 태극 전사들은 20일 동안 국민에게 희망과 도전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선수가 없지만 이 가운데 더욱 빛을 발한 7인의 전사가 있다.

봉중근(29·LG)을 비롯해 윤석민(23·KIA), 김태균(27·한화),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이진영(29·LG), 이범호(28·한화), 이용규(24·KIA)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어느 ‘꽃남’들보다 멋졌다. 걸출한 실력을 갖췄고 나이도 모두 20대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4년 뒤 풀어줄 한국 야구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왼손 투수 봉중근은 이번 대회에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시선이 집중된 한일전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을 거뒀다. 팬들은 돌아온 야구 천재에 환호했다. 그는 누리꾼들로부터 ‘항일 의사(義士)’라는 칭호를 얻었고 ‘신 일본킬러’로 자리매김했다.

윤석민은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1라운드 중국과의 패자부활전 선발, 2라운드 멕시코전, 그리고 일본과 승자결승전에서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올랐다.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에서는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동안 7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대표팀의 오른손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김태균은 별 중의 별이었다. 홈런 공동 1위(3개), 타점 1위(11개), 득점 공동 1위(9개)에 오르며 메이저리그와 일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제1회 WBC 홈런왕(5개)과 타점왕(10개)에 오른 이승엽(요미우리)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야구팬들은 그에게 ‘김해결’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김태균의 팀 동료 이범호는 대표팀의 숨은 보석이었다. 대회 직전까지 3루수 이대호(롯데)의 백업요원으로 예상됐지만 그는 WBC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장타력에 수비 능력까지 겸비한 만점 3루수였다.

이용규는 콧수염을 기른 탓에 “일본인처럼 생겼다”는 말을 듣곤 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격파의 선봉에 섰다. 2라운드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우쓰미 데쓰야(요미우리)의 빈볼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일본과 다시 만난 결승전에서는 6회말 2루 도루 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상대 수비수와 부딪쳐 헬멧이 깨지는 투혼을 불살랐다.

1, 2라운드 부진을 털고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린 추신수와 2라운드 일본과의 승자결승전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이진영도 국민들을 즐겁게 한 스타였다.

국민들은 7인의 청년 덕분에 즐거웠다. ‘고맙다’란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말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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