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의사 뜨자 이치로 ‘위치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 국민에게 웃음 준 패러디-말말말

‘월드 말말말 클래식’이라 불릴 만하다.
한국은 5일부터 20일간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중 연일 선전을 펼쳤다. 경기 열기 못지않게 경기장 밖에서는 선수들의 어록과 온갖 패러디가 등장해 경제난에 지친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의사 봉중근’
봉중근(LG)은 결승전 전까지 일본에 2연승을 거두며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팬들이 아니었다. 안중근 의사와 이름이 같고 일본을 상대했다는 점에 착안해 ‘의사(義士) 봉중근’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이토 히로부미의 자리에는 이치로가, 안중근 의사의 자리에는 봉중근의 얼굴이 합성됐다.
○“위대한 도전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22일 준결승전을 앞두고 “우리는 ‘위대한 도전’을 할 것이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 말은 정치권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회자되는 명구(名句)가 됐다. 이 표현은 김 감독 소속팀(한화)의 모그룹인 한화그룹의 올해 슬로건.
○“위치로”
일본의 대표적인 스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그는 18일 한국과의 승자전 1루에서 도루 기회를 엿보다 투수 봉중근의 견제 동작에 놀라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두 차례 했다. 봉중근이 이치로를 조련하는 듯한 이 장면은 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나리타로 모십니다”
‘아마 최강’ 쿠바는 만나는 상대마다 고국으로 편안하게 돌려보내준다며 상조업체를 본떠 ‘쿠바상조’라고 불렸다. 특히 쿠바와 일본이 2라운드에서 두 차례 맞붙자 팬들은 상조업체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일본 대표팀을 고국까지 모셔다주길 바랐다. 그러나 ‘쿠바상조’가 이번 대회에선 문을 닫았다.
○“헤어진 연인과 만났다”
이치로는 2라운드에서 3번째로 한국과 맞붙게 되자 “헤어졌던 연인과 또 만난 느낌이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이제 결혼해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패하자 일본 팬들은 “헤어진 연인에게 뺨을 맞았다”며 꼬집었다.
○“나는 조선의 국노다”
정현욱(삼성)은 팀에서 굳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팬들은 ‘정노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는 이번 대회 결승전 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를 두고 팬들은 “이제 삼성의 노예가 아닌 조선의 국노다”며 신분 상승을 시켜줬다. 명성황후의 ‘내가 조선의 국모다’를 패러디한 것.
○코리아-저팬 클래식
1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결승전까지 포함해 모두 5번 맞붙었다. 야구팬들은 이를 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아니라 코리아-저팬 베이스볼 클래식’이라며 대진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손민한 실종사건
대표팀 주장 손민한(롯데)은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팬들은 ‘손민한 실종사건’이라고 부르며 ‘손민한 소말리아 해적에게 억류 중’ ‘손민한 어학연수 코스 6개월 끊어’ 등으로 패러디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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