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초반 대폭발… ML 스타군단 ‘KO’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이제 1승만 남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퍼펙트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야구가 22일 선발 엔트리 10명의 몸값이 40배가 넘는 중남미 강호 베네수엘라에 10-2 완승을 거두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안착했다. 승부처를 재구성했다.

#1=마음고생 날린 추신수 3점포(1회 초)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전날까지 7경기에서 1회에만 14점을 올렸다. 16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점수다. 이날 경기에서도 태극전사들의 에너지는 1회에 폭발했다. 무사 1, 2루에 터진 3번 김현수(두산)의 1타점 적시타와 이대호(롯데)의 투수 강습 타구로 가볍게 2득점.

에너지 분출은 계속됐다. 이어진 1사 2, 3루에서 추신수(클리블랜드)가 타석에 섰다. 그는 전날까지 타율 0.100(10타수 1안타)으로 부진했다. 상대 투수 카를로스 실바(시애틀)는 그런 추신수를 만만히 봤을까. 2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추신수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았다. 타구는 훨훨 날았다. 그리고 가운데 담장을 사뿐히 넘었다. 5-0이 되는 순간.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은 “1회 5점을 주면서 경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2=김태균 “홈런은 계속된다.”(2회 초)

1회 5점을 내주고 휘청거리던 베네수엘라에 김태균이 쐐기 홈런포로 결정타를 날렸다. 1사 후 김현수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나온 김태균은 실바의 초구를 기다렸다는 듯 끌어당겼다. 타구는 총알처럼 뻗어나가 왼쪽 담장 너머 관중석에 꽂혔다. 7-0. 이번 대회 3호 홈런(공동 1위)이자 11타점(단독 1위)째를 올린 김태균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3=오른손 에이스 윤석민의 호투

선발투수 윤석민(KIA)의 호투가 빛났다. 7회 말 선두 타자 카를로스 기옌(디트로이트)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로 상대 타선을 7안타 2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는 마운드 벌떼작전. 윤석민의 뒤를 이은 정대현(SK·7회), 류현진(한화·7회), 정현욱(삼성·8회), 임창용(야쿠르트·9회) 등 철벽 불펜은 상대 타선에 2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깔끔히 마무리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추신수가 한번 해줄 줄 알았다

▽김인식 한국 감독=결승에 올라 너무 좋다. 우리 선수들이 악착같이 경기에 임해 메이저리그 선수로 꾸려진 베네수엘라를 쉽게 누른 것 같다. 선발 윤석민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선을 잘 막았다. 추신수는 한 번 해줄 줄 알았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추신수의 3점 홈런은 초반 상승 무드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결승에서 미국이든 일본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양 팀이 준결승에서 투수들을 많이 내 힘이 빠진 상태에서 결승에 왔으면 좋겠다.

한국선수 모두 깜짝 놀랄 수준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한국이 잘했다. 1회초에 5점을 내주면서 경기는 끝났다. 선두타자 이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실책이 나오면서 모든 게 어그러졌다. 준비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이용규를 2루로 못 가게 하는 게 목표였는데 잘 안됐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투수와 타자 모두 깜짝 놀랄 수준이다. 조만간 메이저리거가 또 나올 것 같다.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한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힘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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