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플레이의 매력… 홀마다 승부 갈려 ‘재미 만점’, “심장이 승패 좌우”

  • 입력 2009년 3월 3일 08시 42분


매치플레이의 재미는 박진감이다. 홀마다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따라서 전략과 함께 누가 더 ‘강심장’을 지녔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면 ‘대진운’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는가에 따라 승운이 좌우된다. 세계랭킹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2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세계랭킹은 무의미했다. 타이거 우즈(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비제이 싱(피지), 필 미켈슨(미국) 등 톱 랭커들이 초반 줄줄이 탈락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우승자 제프 오길비는 강자들의 초반 대거 탈락이 우승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우즈가 32강을 이겼더라면 오길비와 8강에서 맞붙는 조편성이었지만 다행히 32강에서 탈락하면서 쉽게 경기가 풀렸다. 구센은 64강에서 탈락했다.

오길비의 최대 고비는 16강 경기였다. 지난 시즌 2승을 따내며 PGA 투어의 새 강자로 떠오른 카밀로 비제가스(콜롬비아)와 맞붙었다. 힘겨운 승부 끝에 2&1으로 승리를 따낸 오길비는 8강에서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4강에서 스튜어트 싱크(미국)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전 상대였던 폴 케이시 역시 대진운이 좋았다. 케이시가 편성된 게리 플레이어 그룹에는 유럽의 강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케이시가 상대하기에 껄끄러운 존재가 많았다.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비롯해 이안 폴터, 저스틴 로즈(이상 잉글랜드), 애덤 스콧(호주) 등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나 가르시아와 스콧이 64강에서 탈락한 데 이어, 폴터마저 16강에서 고배를 마시며 케이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4강에서 애론 배들리(호주)를 꺾으며 상승세를 탄 케이시는 32강에서 베테랑 콜린 몽고메리를 상대로 6&4의 압도적인 승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4강까지 승승장구한 케이시는 로스 피셔(잉글랜드)와의 대결에서도 시종일관 앞선 경기를 펼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운 좋은 사나이’들의 결승 격돌에서는 조금 더 치밀한 전략을 짠 오길비의 승리로 끝났다. 오길비는 같은 코스에서 벌어진 두 차례 경기에서 1번(파4)과 8번(파5), 9번홀(파4)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이겨야할 홀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챙긴 전략이 주요했다. 반면 케이시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오길비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이변이 없다면 매치플레이의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즈가 결승까지 오르는 시나리오대로 연출됐다면 팬들의 관심은 더 높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길비의 우승으로 2009년 PGA 투어에는 새로운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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