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고향 찾아 ‘코리안 드림’ 자랑 또 자랑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나란히 태극마크 단 귀화 탁구선수 당예서-석하정의 ‘춘제 스토리’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탁구 선수 당예서(28)와 석하정(24·이상 대한항공).

이들은 지난주 끝난 대표 상비군 선발전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단체전 동메달을 이끈 당예서는 이번에도 간판스타의 자존심을 지켰다. 석하정은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기에 기쁨이 더 컸다.

두 선수는 2001년 대한항공 연습생으로 낯선 한국 땅을 밟았다. 서로를 다독이며 코리안 드림을 함께 이뤘다.

당예서와 석하정은 최근 중국 최대의 명절이라는 춘제(春節·설)를 맞아 고향을 찾았다. 당예서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다음 달까지 중국에 머물기로 했다. 하지만 석하정은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28일 서둘러 입국했다.

금의환향했던 이들의 사연을 가상 대화로 풀어봤다.

▽당예서=난 남편이 있는 장쑤 성 난퉁에 들렀다가 28일 친정부모님이 있는 지린 성 창춘으로 왔어. 비행기 표를 못 구해 2500km도 넘는 거리를 기차로 21시간 걸려 도착했지. 그래도 가족 만날 생각에 지루한 줄 몰랐어.

▽석하정=언니가 고생 많았네. 저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만에 부모님이 계신 랴오닝 성 선양에 도착해 반갑게 만나고 왔어요. 선양은 섭씨 영하 20도까지 내려가 너무 추웠는데 서울에 다시 오니 포근한 느낌이네요.

▽당=창춘은 기본이 영하 22도란다(웃음). 그나저나 설은 잘 보냈니. 나는 2년 만에 집에서 설을 쇠었는데 변변한 선물을 가져가지 못해 미안했어. 내일은 가족과 쇼핑이라도 할 생각이야.

▽석=가족에게 초콜릿과 향수를 선물했더니 좋아하세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는데 고모와 할머니는 세뱃돈을 주시더군요. 한국에서 질리도록 고기를 먹어 이번엔 야채만 찾았어요. 다시 훈련을 해야 하니까 체중 조절하며 먹었답니다. 밤에 폭죽도 쏘고요. 설날에 만두 먹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똑같아 신기했어요.

▽당=난 요즘 중이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이후 몸이 계속 안 좋아 다음 달까지 푹 쉴 생각이야.

▽석=저는 29일부터 다시 라켓을 잡았어요. 탁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한국 대표 된 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계속 노력하라고 당부하셨죠. 다음 달에는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는 게 목표예요.

▽당=요즘 하정이를 보면 경기 경험이 늘면서 노련해진 것 같아 보기 좋아. 드라이브도 좋아지고…. 우리 둘 다 열심히 해서 4월 세계선수권에서도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훈련 잘하고 있어.

▽석=언니에게 기술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을 배워 큰 도움이 됐어요. 항상 고마워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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