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세 번이나 울었는데 네 번째는 웃어야죠”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프로야구 두산 사령탑 다시 맡은 김/경/문 감독

가을 하늘이 잔뜩 흐렸던 6일 서울 잠실의 한 음식점에서 프로야구 두산 김경문(50) 감독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SK에 진 뒤 주위와의 연락을 끊고 살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 두산 사령탑을 맡은 5년 동안 세 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 대표팀 2년 가까이 맡으면서 氣 빠져

김 감독은 “패장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면서도 “세 번 울었으니까 네 번째는 웃겠다”고 했다. 그는 “2년 가까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기가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 올해 3월 대륙별 플레이오프, 그리고 올림픽 9연전은 피 말리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희생은 컸다.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프런트를 모두 챙겨야 하는 자리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소속 팀을 돌볼 겨를이 없었어요. 올림픽까지만 대표팀을 맡자고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죠.”

대표팀에 차출된 김동주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는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지만 정규 시즌에서는 지쳤다. 한국시리즈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못할 때도 있는 법… 올해 최고는 김현수

김현수는 5차전 0-2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친 뒤 눈물을 쏟았다. 그래도 김 감독은 “올해 최고의 타자는 김현수”라며 다독였다.

“잘할 때가 있으면 못할 때도 있죠. 현수에게 한국시리즈의 아픔은 보약이 될 거예요.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내년에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죠.”

최근 두산구단과 3년간 총 14억 원에 재계약한 김 감독은 “다시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고 내년에 우승을 향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동주와 이혜천이 일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수를 보강하고 마무리 정재훈을 선발, 신인 성영훈을 마무리로 기용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게 김 감독의 내년 시즌 구상이다.

김 감독은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 야구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치고 달리는 야구’로 미국 일본 대만 등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2연패를 거둔 SK 김성근 감독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WBC 대표팀 감독을 맡지 못해 아쉽다”며 “하지만 한화 김인식 감독님도 2006년 WBC에서 4강을 이끌어낸 만큼 잘해내실 것”이라고 말했다.

○ 금메달 국가에 돔 구장 하나 없다니…

김 감독은 야구 발전을 위해 서울에 돔구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딴 나라가 돔구장 하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야구장에 더 많은 관중이 몰리려면 정부가 돔구장 건설에 적극 나서줬으면 합니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충남 공주로 향했다. 7일 막을 올리는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어린이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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