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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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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향-승부욕 강해 ‘완벽 미드필더’ 가능성
한국 축구에 ‘대형 미드필더’가 나타났다. 축구계 인사들과 팬들은 흥분 섞인 기대감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FC 서울의 기성용(19).
187cm의 큰 키인 기성용은 발재간을 포함한 기본 테크닉이 뛰어나고 활동 반경이 넓은 데다 뛰어난 패스워크에 중거리 슛 능력을 갖고 있다.
29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결승골을 넣는 장면은 그가 갖고 있는 장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이청용이 중앙에서 앞쪽으로 길게 볼을 보냈다. 수원 수비수 양상민이 아크 부근에서 헤딩으로 볼을 쳐낸다는 게 멀리 가지 않고 옆으로 흘렀고 공을 따라온 기성용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떨어지는 공을 오른발로 제기 차듯 차 올려서 수원 골키퍼 이운재의 키를 넘겨 골인시킨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과 뛰어난 테크닉으로 빚어낸 ‘작품’이었다.
그의 공격 성향은 팀 내에서 유명하다.
서울 이영진 코치는 “경기 중 때론 미드필더로서 성용이가 자리를 좀 지켰으면 하는 상황이 많다. 얘기를 해도 잘 안 된다. 본능적으로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중학교 1학년을 마친 뒤 호주에서 4년간 축구 유학을 하고 돌아온 유학파. 2006년 금호고 졸업과 동시에 FC 서울에 입단한 그는 2년여 만에 청소년대표팀, 올림픽대표팀, 국가대표팀에서 두루 각광받는 선수로 급성장했다.
그는 8월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터뜨린 프로 데뷔 골을 시작으로 프로에서 4골, 대표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2골을 기록 중인데 6골 중 결승골이 네 차례나 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공격력이 시원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 ‘허정무호’에서도 그는 매우 중요한 카드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시작하면서 미드필더에서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중요한 공격 전술로 삼고 있는데 기성용은 이 능력을 갖췄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술적으로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단지 아직 경험이 많지 않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느낌이다. 이 점만 보완되면 ‘완벽’한 미드필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