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가을야구… “한번 패배쯤이야” 팬들은 신바람

  • 입력 2008년 10월 9일 03시 00분


사직구장은 ‘용광로’ 부산 갈매기들의 함성, “롯데 이겨라!”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선 8년 만에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롯데-삼성전 내내 사직야구장은 롯데 팬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산=최재호 기자
사직구장은 ‘용광로’ 부산 갈매기들의 함성, “롯데 이겨라!”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선 8년 만에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롯데-삼성전 내내 사직야구장은 롯데 팬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산=최재호 기자
준플레이오프 경기 표를 사기 위해 사직야구장 입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롯데 팬들. 부산=최재호 기자
준플레이오프 경기 표를 사기 위해 사직야구장 입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롯데 팬들.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 ‘뜨거운 가을’… “2002월드컵 보는듯”

《‘무려 8년을 배고프게 기다렸다.’ 2000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의 꿈을 이룬 구도(球都) 부산이 야구로 후끈 달아올랐다.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를 연상케 했다. 8일 홈팀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진 사직야구장 주변은 부산갈매기들의 축제 마당이었다. 1차전 패배에도 경기가 끝난 뒤 야구장 주변에서는 응원가인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 퍼졌다. 》

표 못구한 팬들 거리응원

지하철 전광판 “우승으로”

주점 “안타치면 맥주 공짜”

○ 부산은 가을야구 축제

사직구장 인근 부산지하철 3호선 종합운동장역은 롯데 테마역으로 변신했다. 부산교통공사가 최근 주요 출구의 통로 벽면과 기둥을 로이스터 감독, 이대호, 손민한 등 선수단과 야구단 역사 등을 담은 사진으로 장식했다.

지하철 모든 노선의 전광판 334대에도 ‘2008 롯데 자이언츠, 가을을 넘어 우승으로’라는 문구를 넣었다. 사직구장 하늘에는 10m 크기의 부산갈매기 풍선 5개가 날아다녔다.

‘야구보다 더 재미있다’는 관중의 응원도 잔치였다. 오후 3시 야구장의 문을 열자 관중석이 절반이나 차버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들은 ‘롯데’를 외쳤다. 관중은 롯데의 전매특허인 신문지 응원을 위해 갖가지 신문을 들고 입장했다. 사직구장 신문 가판대에서는 이날 1만 부 이상의 신문이 팔려 나갔다.

야구장 인근과 술집 등 시내 곳곳에서도 화끈한 장외 응원전이 벌어졌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야구장 입구에서 200인치짜리 대형 스크린을 보며 거리응원을 했다.

롯데 경기를 위해 100인치 프로젝터를 구입한 부산 남구 대연동 D호프는 ‘롯데가 안타 칠 때 맥주 1병 공짜, 롯데가 승리하면 가격 50% 할인’을 선언하기도 했다.

야구장 근처 극장도 야구장 티켓을 보여주면 2000원을 할인해줬다. 부산의 한 뮤지컬 공연기획사는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 시 20%, 한국시리즈 진출 시 50% 할인율을 제시했다. 500억 원 한도로 출시한 부산은행의 ‘가을야구 특별정기예금’은 판매 9일 만에 매진됐다.

주부 이혜명(30) 씨는 “오랜만의 가을야구라 첫 경기는 졌지만 2차전에도 목이 터져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정준원 동아닷컴 객원기자

○ ‘가을전어’보다 귀한 ‘가을야구 티켓’

야구장 매표소에는 경기 전날인 7일 낮부터 현장 판매분(4000장)을 구하기 위해 밤을 새운 1000여 명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4일 인터넷 예매에서 30분 만에 표 2만6000장이 동나자 텐트와 돗자리를 들고 와 노숙을 한 열성팬. 1차전이 끝난 8일 밤부터 다시 노숙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민영근(53) 씨는 “역사적인 롯데의 준플레이전 표를 구하기 위해 18시간을 기다렸다”고 했고, 김모(36) 씨는 “롯데 경기를 보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고 했다.

‘가을야구 티켓’이 귀해지자 야구장 주변에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쳤다. 1만5000원짜리 일반석 1장을 4배인 6만 원을 부르기도 했다. 사직야구장에는 의경 1개 중대와 경찰관 40여 명, 안전요원 100여 명이 배치됐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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