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 아닌 지기, 난 나만 연구한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8시 47분


삼성 양준혁(39·사진)은 장종훈이 수립한 역대 개인통산 최다인 340홈런에 1개차로 다가서 있다. 93년 프로데뷔 후 올해로 16년째. 그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극복하고 오늘도 푸른 그라운드를 질주한다. 그는 9일 두산전을 앞두고 대구구장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했다. 이른 바 ‘양준혁이 말하는 양준혁’이다.

○상대연구는 안한다. 나를 연구할 뿐

상대를 알면 상대와의 대결에서 그만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전력분석 요원들의 도움으로 선수들은 상대를 더욱 철저하게 분석하고 경기에 임하는 추세다. 그러나 양준혁은 ‘지피(知彼)’가 아닌 ‘지기(知己)’에 치중한다. 그래서 자신의 타격폼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찾는다. 그는 “내가 완벽하면 모든 공을 칠 수 있다. 자기 것을 만들어야한다. 그 다음이 상대투수 연구다. 스스로 안 되는데 남의 걸 연구해봤자 소용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도 상대투수 연구를 안하는 타자로 유명하다.

○슬럼프 때는 밑바닥까지 떨어져야한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은 친다’는 그지만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2002년(0.276)과 2005년(0.261) 2할대로 떨어져봤다. 올 시즌 초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5월말 두 번째 2군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타율을 끌어올리더니 어느새 2할7푼대까지 만들었다. 3할을 밥먹듯 치던 그는 “1할대에서 헤맬 때, 밑에서 위로 쳐다보니 2할5푼도 너무 높아보였다. 3할타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만의 슬럼프 탈출 비법도 공개했다. “슬럼프 오면 우선 안다쳐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려고 용을 쓰면 다친다.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다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한다. 마음을 비워야한다”고 밝혔다.

○난 홈런왕 한번도 못해본 2인자

그는 “정말 홈런왕은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2위만 2차례 해봤다. 홈런왕을 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2인자다”고 고백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날리는 꾸준함으로 통산홈런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홈런은 기술이 있어야 된다. 홈런왕을 한번도 못했지만 그래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런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목표는 400홈런 나는 중간 정거장

‘걸어다니는 야구연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안타, 2루타, 득점, 타점, 루타, 4사구 등 타격 부문 각종 통산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홈런에서만 1인자로 올라서면 타자로서는 이룰 것은 다 이루는 셈이다.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정말 쉽지 않은 목표지만 400홈런까지는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가 있어야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3000안타는 이미 마음속에서 지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고교를 졸업한 선수보다 5년 늦게 프로를 출발한 셈이다. 340홈런은 적다. 후배들, 특히 이대호 김태균 같은 선수들이 400홈런, 500홈런 시대를 열어야한다.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그래서 이젠 게임수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구=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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