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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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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 일본 쿠바를 연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한 데는 묵묵히 이들을 도운 숨은 주역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이 그렇다.
야구대표팀이 베이징 선수촌에 들어간 뒤 가장 바쁘게 움직인 사람들은 KBO 소속 운영팀 직원들이었다. 박근찬 과장 등 2명은 선수촌에 함께 머물며 선수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도우미였다.
새벽부터 문을 연 한국인 상점을 찾느라 베이징 시내를 쥐 잡듯 돌아다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원하는 초시계, 라면, 김치 등 각종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서다.
경기 도중 급할 때는 통역사로 나서기도 했다. 김경문(두산) 감독의 얘기를 짧은 영어와 손짓 몸짓으로 주심에게 어렵사리 전달하고 나면 온 몸에 진땀이 흐를 정도였다고.
KBO 기술위원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유남호 김수길 등 기술위원 8명은 지난해 초부터 번갈아가며 외국을 드나들었다. 외국 팀의 장단점과 선수들의 버릇까지 메모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야구 대표팀이 미국 쿠바 등 강호들을 꺾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돼 준 셈이다.
베이징에서 하일성 사무총장은 ‘나훈아 짝퉁가수’라는 말을 들었다. 사연은 이렇다. 그가 면도를 하지 않은 13일 한국이 미국을 8-7로 꺾었다. 그 후 하 총장은 턱수염을 깎지 않았다. 한국이 결승에서 쿠바를 3-2로 이겼을 때 그의 얼굴은 온통 흰색 수염투성이였다. 그는 “면도를 하면 부정 탈 것 같아 아예 수염을 길렀다”며 “하지만 금메달을 얻었으니 수염이 복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야구대표팀은 많게는 수억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반면 이들 숨은 주역에게는 보상이 거의 없다. KBO 관계자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야구대표팀을 도와 금메달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얘기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