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로 주고 말로 받은 ‘호시노의 입’

  • 입력 2008년 8월 23일 08시 26분


위장오더 거론 등 여러 차례 ‘신경전’, 마이크로볼·투수교체 타이밍 패착도

일본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위장오더’ 사건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다.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열린 올림픽 지역예선 때 한국 김경문 감독이 1차 타순표를 제출한 뒤 경기 직전 완전히 새로운 타순표로 바꾼 것을 역이용하려는 속셈인 듯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뒤에도 한국 기자들에게 “특별히 신경 쓰이는 선수는 없지만 오더나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비아냥 거렸다.

20일 미국과의 예선 최종전에서는 2위인 쿠바 대신 1위인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인 패배를 감수하고 4위를 차지하려는 듯한 경기내용을 보였다. 21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4번(이승엽)이 이대로 잠들어 있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게 누구냐?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있는 타자를 4번에 계속 두다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 뒤 이승엽에게 제대로 한방을 얻어맞았다.

작전과 용병술에서도 호시노 감독은 ‘스몰볼’을 넘어 ‘마이크로볼’로 일관하다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이날 1회 무사 2루, 3회 1사 1루서 아라키에게 연속으로 보내기 번트를 감행시켰다. 불펜을 믿어서였겠지만 일본 올스타를 데리고 와 지나치게 소심한 공격작전을 고집했다. 투수진 운용에서도 너무 짧게 이어던지기를 고수하다 나중에는 등판시킬 투수가 소진된 듯했고, 그나마도 교체 타이밍을 늦추다 참사를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예선리그 때 선발 와다와 소방수 이와세의 교체시기를 놓친 장면과 흡사했다.

베이징=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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