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쓴 56명 베이징서 아웃!…그리스 16명 최다적발 오명

  • 입력 2008년 8월 20일 08시 56분


올림픽은 국제 친선, 순수, 정의의 상징으로 통했다.

하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은 이런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개막한 지 며칠 만에 수십 명의 선수가 도핑 양성 반응을 나타내 ‘도핑 스캔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미국 FanIQ가 제기한 도핑 올림픽에 대한 의혹은 18일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잡지에서 확인됐다.

SI는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국별로 도핑에 적발된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총 56명의 선수들이 도핑 문제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경기를 치른 뒤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국가별로는 그리스가 역도, 육상, 수영, 복싱 종목에서 총 16명이 도핑에 걸려 1위를 차지했고, 불가리아, 러시아, 중국, 루마니아가 뒤를 이었다.

그리스는 지난 6월 역도 대표팀 선수 11명이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뒤 이들에게 2년 간 출전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을 내렸다. 이로 인해 베이징 올림픽 역도 경기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메달에 눈이 먼 선수들을 막는 데 실패했다.

육상 선수들이 대거 도핑 테스트에 걸린 것. 남자 육상 200m 선수인 타소스 고우시스, 지난 2004년 대회에서 여자 100m 은메달리스트인 카테리나 타노우, 여자 400m 허들 금메달리스트 파니 할키아 등 3명이 대회 직전 치러진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역시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불가리아도 도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1명의 역도 선수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였다. 배구 대표팀 주장 플라멘 콘스탄티노프와 여자 육상 1500m에 출전할 예정이던 다니엘라 요다노바가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로 인해 출전권을 박탈당하는 등 13명이 도핑으로 명예를 실추했다.

러시아는 11명, 중국과 루마니아는 3명, 북한, 브라질, 덴마크, 인도, 자메이카, 네덜란드, 미국, 스페인, 베트남은 1명이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

외형적인 도핑 결과 말고도 의심 가는 부분이 더 있다고 주장하는 외신도 있다. FanIQ는 “개최국 중국이 도핑 테스트에 있어 홈 어드밴티지 이상의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세계 랭킹에서 한참 밀리는 무명의 류쯔거와 자오류양이 여자 배영 200m에서 쟁쟁한 상대를 물리치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사건’이 과연 실력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수영 역사를 되돌아보면 30명이 넘는 중국 수영 선수들이 1990년대 도핑 양성 반응을 나타냈고, 이후 중국은 수영에서 거의 1등을 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중국 선수들의 고무적인 성취에 대해 쓸데없는 의심을 하는 거라고만 볼 수 있을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중국 수영 대표팀의 판 자장 감독은 차이나 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수많은 도핑 검사를 자체적으로 받아왔다. 도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적이 나쁠 때는 신경도 쓰지 않다가 왜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핑 의혹과 양성 반응에 대한 각양각색의 해명도 많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핑 스캔들이 베이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단지 남은 게임에서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없기를 희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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