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24억원 낼게, 40억원 깎자?

프로야구 우리구단, 규약무시 갈수록 황당한 요구

올 시즌 프로야구가 점점 ‘흥미’를 더하고 있다.

SK의 선두 질주나 한화 김태균의 홈런 행진, 롯데의 ‘가을야구’ 이야기가 아니다. 흥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히어로즈 구단’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일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프로야구 우리 구단의 가입금 24억 원 납입 문제로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당연히 내야 할 가입금을 두고 협상을 벌인 것부터가 수상쩍다. 가입금을 기한까지 내지 않은 우리 구단 운영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조건’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목동구장 개보수 비용으로 들어간 40억 원을 가입금 총액에서 빼달라는 것이었다.

개보수에 사용됐다는 ‘40억 원’이라는 액수도 의문이다. 목동구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시 측에서 53억 원을 들여 인조잔디와 관중석 의자 교체 등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했다. 우리가 맡은 부분은 외야 사이드 그물망과 라커, 사무실 단장 등이다. 아무리 따져 봐도 40억 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곤란해진 쪽은 메인 스폰서로 나섰던 우리담배㈜.

3년간 최대 300억 원을 투자해 홍보 효과를 내려고 한 것인데 좋지 않은 인상만 주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담배㈜가 내년에도 메인 스폰서로 나설지 의문이다.

우리 구단은 이번 사태에 대해 “KBO 이사회가 우리 대신 대기업으로 대체하려고 한다”며 “회원사로서의 안정된 신분을 보장해 달라는 게 근본적인 요구”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입과 퇴출 등 모든 것은 규약에 따라 이루어진다. KBO나 이사회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먼저 규약을 어기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유예 마감 시한인 7일까지 우리가 가입금을 내지 않으면 KBO는 이사회를 열어 강제 탈퇴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하반기 국내 프로야구는 7개 구단만으로 치러지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KBO와 나머지 구단들은 팬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원칙에 맞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