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조영민은 선발 쿠비얀에 이어 2회부터 등판해 9회 첫 타자(볼넷)까지 거의 완투를 했다. 6이닝 동안 15안타를 두들겨 맞았고, 9실점이나 했다. 전부 자책점이었다.
당시 조영민은 15안타 중 11개를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목동 마운드에서 슬라이더의 각이 안나오는 데도 포수 정상호의 사인을 거부하고 슬라이더로 일관하다 난타를 자초한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이 대로한 결정적 이유는 결과 탓이 아니었다. 조영민은 1구 1구 던질 때마다 마운드 앞으로 내려와 공을 받았다. 김 감독이 가장 질색하는, 마운드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다 결정타는 조영민이 4회 히어로즈 정성훈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벌어졌다. 조영민은 광주일고 선배인 정성훈을 맞힌 것이 마음에 걸렸던 듯 엉덩이를 토닥이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이를 목격한 김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던 것이다.
김 감독은 “아무리 선배라도 필드에선 적인데 어떻게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라며 아직도 완전히 노기가 가시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김 감독과 코드를 못 맞추다 딱한 처지에 빠진 조영민이다.
문학=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