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최홍만과 K-1 新라이벌 시대 연다’

  • 입력 2007년 9월 30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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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데뷔를 이틀 앞두고 열린 개별 기자회견. 김영현에게 “격투기 무대에서 최홍만 만큼의 성공을 자신하는가?”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김영현은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최홍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 이상입니다.”

이후 최홍만에게 김영현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최홍만은 “그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여유있게 답했다.

한때 씨름판을 주름잡았던 두 명의 골리앗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종격투기 무대에 먼저 뛰어들어 어느덧 K-1 정상급 파이터로 우뚝 선 최홍만은 후발주자인 김영현을 애써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7일 K-1 서울대회 발표 기자회견 때도 최홍만은 함께 참석한 김영현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최홍만 입장에서는 김영현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씨름선수 당시 비슷한 거인 장사인 김영현은 최홍만에게 높은 벽이었다.

통산 463전 355승을 기록했고 천하장사 3회에 백두장사와 지역장사 등을 40여 차례나 석권한 김영현은 모래판의 ‘절대지존’이었다. 반면 최홍만은 73전에 47승을 거둔 것이 고작. 두 선수 간 상대전적에서도 김영현이 13전 8승 5패로 우위를 보였다. 물론 짧은 경력에 씨름계의 강자로 올라선 최홍만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적어도 김영현 앞에서는 시쳇말로 ‘겨우 명함을 내놓는 수준’이었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자신보다 한참 위였던 김영현이 K-1에 뛰어들었으니 최홍만으로서는 긴장이 될 수밖에 노릇.

더군다나 지난 29일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2007 서울대회에서 처음으로 K-1 링에 오른 김영현을 봤다면 최홍만은 더욱 경계심을 느낄만하다. 적어도 데뷔 시합만 놓고 본다면 김영현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이날 일본의 백전노장 야나기사와 류우시와 맞붙은 김영현은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로킥과 니킥 콤비네이션 등에 능숙한 모습을 보이며 첫 무대 치고는 빼어난 타격 기술을 선보였다. 태국 전지훈련에서 무에타이를 착실히 연마해왔고 배운 것을 링 위에서 그대로 써먹는 모습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또한 씨름 선수 시절과 마찬가지로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능력도 돋보였다. 오히려 격투기 경력에서 한참 앞서는 야나기사와가 김영현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물론 상대가 강하지 않았고 펀치에 힘을 싣는 부분에서 다소 문제를 노출했지만 훈련과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함을 증명한 시합이었다. 최소 1~2년 후면 최홍만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수준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현역 프로레슬러이자 격투기 전문가인 김남훈씨는 “첫 데뷔전치고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홍만도 아직 익히지 못한 콤비네이션 공격을 능숙하게 구사했고 빠르고 작은 상대 선수를 코너로 모는 모습도 놀라웠다.”며 높이 평가했다. 격투기 관련 사이트의 많은 누리꾼들도 “김영현의 데뷔전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 일색.

모래판에서 ‘최고 골리앗’ 자리를 놓고 샅바를 맞잡았던 최홍만과 김영현. 이제 가까운 장래에 링 위에서 글러브를 끼고 마주 선 두 선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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