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황금사자, 보았는가” 우승축포 두발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철거 앞둔 동대문야구장서 북일고 꺾어장충고가 2년 연속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으며 고교야구 최강으로 떠올랐다. 장충고는 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에서 천안북일고를 3-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데 이어 타이틀을 지킨 장충고 선수들이 경기장에 몰려 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철거가 확정된 ‘한국 야구의 메카’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황금사자기 우승이라 그 의미를 더했다. 홍진환 기자
철거 앞둔 동대문야구장서 북일고 꺾어
장충고가 2년 연속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으며 고교야구 최강으로 떠올랐다. 장충고는 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에서 천안북일고를 3-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데 이어 타이틀을 지킨 장충고 선수들이 경기장에 몰려 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철거가 확정된 ‘한국 야구의 메카’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황금사자기 우승이라 그 의미를 더했다. 홍진환 기자
훨훨 나는 기분이야!황금사자기 2연패를 이룬 장충고 선수들이 유영준(위)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불굴의 투혼으로 우승을 이뤄낸 선수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홍진환  기자
훨훨 나는 기분이야!
황금사자기 2연패를 이룬 장충고 선수들이 유영준(위)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불굴의 투혼으로 우승을 이뤄낸 선수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홍진환 기자
장충고가 고교야구 ‘왕중왕’의 상징 황금사자기를 2년 연속 품에 안았다.

장충고는 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천안북일고와의 결승전에서 홈런 2방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해 황금사자기와 순은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지난해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장충고는 올해도 지난달 무등기에 이어 황금사자기까지 2년 연속 2개 대회 정상에 올라 고교야구 최강임을 입증했다.

황금사자기 연패에 성공한 고교는 대회 유일의 3연패를 달성한 경남고(1947∼49년·당시 경남중)를 필두로 경동고(1959, 60년), 광주일고(1983, 84년), 덕수고(1994, 95년·당시 덕수상고), 신일고(1996, 97년)에 이어 이번 장충고까지 모두 6개교.

상하위 타선을 구분하기 힘든 장충고의 위력은 2회부터 나왔다. 6번 타자 김상호가 북일고 선발 왼손 에이스 윤기호에게서 첫 안타를 뺏어 냈고 청주 세광고와의 2회전(16강전)에서 결승타를 때려 냈던 7번 타자 2학년 김진철이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려 윤기호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4회에는 4번 타자 최원제가 구원 등판한 고원준에게서 솔로포를 뽑아내 3-0으로 달아났다.

2002년(제56회)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한 뒤 2003년 결승에서 신일고에 져 아쉽게 2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북일고도 5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되찾으려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장충고의 내야 수비벽은 높고 두꺼웠다.

북일고는 5회와 6회 연속 득점찬스를 병살타로 무산시켰고 7회엔 선두타자 조윤준이 장충고 선발 박민석에게서 2루타를 뽑아냈지만 후속타자들이 바뀐 투수 최원제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결승
천안북일0000000000
장 충020 100 00×3

전창 기자 jeon@donga.com

대회 MVP 장충고 최원제

▼허벅지 부상 진통제 투혼 MVP - 타점 - 홈런 3관왕▼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어요.”

장충고의 황금사자기대회 2연패를 이끈 최원제(사진)의 우승 소감이다.

최원제는 제61회 황금사자기대회의 ‘별 중의 별’이었다. 타자로 홈런 2개에 7타점, 타율 0.357을 기록했고 투수로도 3승을 책임졌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최다 타점 및 홈런상 등 3관왕.

이날 천안북일고와의 경기에서도 최원제는 2-0으로 앞선 4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커브를 노리고 있었는데 평범한 직구가 날아와 가볍게 받아친 게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로도 7회 무사 2루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올해 장충고 3학년으로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고 싶었어요. 후배들과 함께 황금사자기 2연패를 이뤄 아픈 줄도 모르겠네요.”


▲ 촬영 :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최원제는 지난겨울 경남 진주 전지훈련 때 선수들보다 먼저 일어나 운동장을 정리해 주고 친동생처럼 대해 준 유영준 감독과 코치진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정면 승부를 좋아하는 파워 슬러거 최원제. “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그는 진정한 승부사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유영준 장충고 감독

▼아픈 선수들 많아 맘고생 미안하고 고마워 눈시울▼

“소감 한 말씀 해 주시죠.”

그러나 묵묵부답…. 그의 얼굴을 봤다. 세상에…. 그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황금사자기 2연패를 달성한 기쁜 날. 유영준(45·사진) 장충고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작년 처음 정상에 올랐을 때도 흘리지 않은 눈물이었다. 100kg 가까운 거구에서 눈물이라니.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몸이 안 좋은 애들이 많은데도, 그런 애들이 한번 해 보겠다고….” 목이 메어 말문이 막혔다.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 촬영 :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잠시 후 안정을 찾은 그는 “애들이 아프지 않고 우승을 했으면 담담했을 것이다. 그런데 애들이 많이 아파 대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출전을 시키면서도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최원제는 대회 전부터 왼쪽 허벅지 근육통을 앓고 있었다. 우천으로 결승전이 취소된 전날 진통제 주사까지 맞았다. “원제가 ‘감독님, 저 믿어 주세요. 제가 끝까지 해내겠습니다’라며 7회부터 등판을 자청했다. 정말 그런 의욕과 마음가짐이 너무 고마워서….” 다시 목이 메었다.

헹가래를 치기 위해 달려온 선수들 앞에서 유 감독은 “애들아, 정말 고맙다”를 연발했다. 유 감독은 고교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특별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지도하는 장충고에는 체벌도 없고, 구타도 없다. 선수들은 오전 수업은 무조건 듣는다. 유 감독도 체육 교사로 일주일에 6시간 수업을 진행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