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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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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을 짧은 파 퍼트로 마무리하자 주위에서 축하가 쏟아졌다. 그토록 기다려 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8일 미국 메릴랜드 주 헤버디그레이스의 블록GC(파72)에서 열린 맥도널드 챔피언십 1라운드.
박세리(30·CJ)는 첫 라운드를 마치면서 명예의 전당 입성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2004년 5월 미켈롭 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포인트 27점은 이미 채웠고 10시즌을 뛰어야 한다는 현역 요건을 이날 라운드로 채운 것.
역대 23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박세리는 아시아에선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이정표를 세웠다.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이런 영광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초반 9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하면서 당시 스폰서였던 삼성물산으로부터 ‘소환 조치’될 뻔하기도 했다. 이 위기에서 박세리는 그해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컵을 안으면서 이후 승승장구했다. 골프 인생의 대반전을 이룬 이 대회에서 명예의 전당 입회까지 확정지은 걸 보면 특별한 인연이 있는 듯하다. 게다가 2002년 두 번째 우승에 이어 지난해에는 2년여의 슬럼프를 딛고 이 대회 우승으로 부활하지 않았던가.
박세리는 “너무 멍해서 1번부터 18번홀까지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 벳시 킹, 낸시 로페즈 같은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오늘은 큰 꿈이 이뤄진 가장 기쁜 날”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공식 입회식은 11월 12일 플로리다 주 세인트오거스틴에 위치한 월드골프빌리지에서 열린다.
현지 언론은 일제히 박세리를 ‘선구자’로 표현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AP통신은 “다른 선수들이 박세리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 선은 “강력하고 눈부신 업적을 이룬 박세리가 한국 후배들을 이끈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처음에 미국에서 누군지도 몰랐던 박세리가 통산 23승에 926만 달러를 벌어들인 골프 영웅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한편 1라운드에서는 2005년 US오픈 챔피언 김주연과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이 나란히 5언더파 67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고의 부상’ 의심을 받은 미셸 위는 14번 홀을 마치고 손목 치료까지 받은 끝에 박세리와 동타인 1오버파 73타를 기록해 공동 47위로 경기를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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