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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8일 1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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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입양아 출신 미국의 스키스타 토비 도슨(29)이 26년 만에 잃어버렸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28일 소공동 롯데호텔 37층에 위치한 가네트스위트. 10시 50분경 약혼녀인 리아 헬미(40)와 함께 회견장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토비 도슨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27일 새벽 한국에 도착한 도슨은 한국관광공사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 위촉식 행사 일정만을 소화했을 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부로 밝혀진 김재수(53.시외버스 운전기사)씨를 이날 처음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15분 뒤 김재수씨가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도슨은 회견장 단상 앞으로 나와 생부를 맞이했다. 어색했던 순간도 잠시. 두 사람은 곧 포옹을 나눴고 김재수씨는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생부를 만난 도슨은 김재수씨를 만난 후 서툰 한국말로 “아버지 오래 기다리셨어요”라고 말하며 “오늘은 좋은 날인데 울지 마세요”라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했다. 이어 도슨은 “그동안 미국도 한국도 아닌 중간에서 미아가 된 듯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평생 기억될 날이다. 앞으로 이 가족 관계를 평생 돈독하게 유지하도록 노력 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전날 밤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김재수씨는 하루 전 입국한 도슨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국관광공사 측과 일정이 있어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작년부터 1년을 기다렸는데 하루는 못 참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재수씨가 도슨을 잃어버린 것은 도슨이 2살 때였던 지난 1981년. 부산 범어동의 한 시장에서였다.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 도슨은 이듬해 본명인 ‘김봉석’이 아닌 ‘김수철’이란 이름으로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스키 강사 부부에 의해 입양됐다.
김재수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퇴근해 집에 와보니 도슨의 어머니로부터 시장에서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화물차를 몰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비가 오거나 일거리가 없는 날 고아원 등을 찾아다녔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토비 도슨과 그의 친부 김재수씨가 26년만에 처음 만나는 순간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날 잃어버렸던 상황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 도슨은 “당시 아버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한국에 온 것은 아버지를 원망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입양 후 나는 순탄하고 운 좋은 삶을 살았고 앞으로 나 같은 입양아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슨은 김재수씨의 구렛나루를 보며 “내 구렛나루가 왜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아들을 잃어버린 지 2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호적에 도슨의 이름을 올려 둔 김재수씨는 “잘 자라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도슨이 나를 만난 뒤에도 양부모님께 더욱 잘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도슨은 “미국 가족과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자신이 자라온 길을 함축하고 있다며 미국 스키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입는 스웨터를 아버지에게 선물한 도슨은 “앞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한국말도 배울 계획”이라며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한편 이미 김재수씨와 이혼한 상태인 도슨의 친 어머니는 이날 회견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재수씨는 “도슨과 상의해 어머니와 만나는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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