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삿포로 빙상영웅 21년만에 지도자로 컴백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거기에선 좀 대담하게 해 줘라, 대담하게. 잡아 돌리면 안 돼. 그 연기는 본래대로 하는 게 낫지 않아.”

창춘 동계아시아경기대회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벌어진 2일 우환실내체육관 빙상장. 작달만한 키의 한 중년 남자가 피겨스케이팅 페어 연기를 연습하는 2명의 선수를 다그쳤다.

북한피겨스케이팅대표팀의 김혁(39·사진) 총감독. 바로 그였다.

김 감독이야말로 북한 빙상의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 그가 선수로 뛸 때 북한은 아시아권에서는 피겨 강국에 속했다.

1986년 제1회 삿포로 동계아시아경기에서 남혜영과 함께 피겨 페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북한이 역대 동계아시아경기를 통틀어 획득한 유일한 금메달이다. 18세의 어린 나이로 동계아시아경기 무대를 통해 북한 동계스포츠의 영웅이 된 김 감독은 이번엔 지도자로 21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를 밟았다.

“세월 참 빠릅니다.” 얼음 위의 후배 모습에서 그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회한에 잠긴 표정이었다.

“삿포로에서는 중국 선수들을 모두 2, 3위로 제치고 1등을 했는데 그 선수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평양에 와서 제게 피겨를 가르쳐 준 선수들입니다.”

삿포로대회 우승 이후 출전한 피겨 그랑프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김 감독은 조선체육대에 진학해 체육학을 공부한 뒤 체육 연구사로 일하다 5년 전 대표팀 지도자로 복귀했다고.

김 감독은 경기 내내 주먹을 불끈 쥔 채 북한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북한 정영혁-송미향 조는 프리스케이팅에서 5위에 머물러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김 감독은 “하루 빨리 우리 피겨 수준을 높이고 싶습니다. 몇 년 안에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창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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