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는 지금 ‘축구 北風’… 日꺾고 8강

  • 입력 2006년 12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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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구선수들이 일본을 2-1로 꺾고 극적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북한은 10일 오전 1시 한국과 4강 티켓을 놓고 남북 대결을 벌이게 됐다. 도하=연합뉴스
북한 축구선수들이 일본을 2-1로 꺾고 극적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북한은 10일 오전 1시 한국과 4강 티켓을 놓고 남북 대결을 벌이게 됐다. 도하=연합뉴스
‘3-4-3 포메이션에 미드필드부터 이뤄지는 짧은 패스.’

북한 축구가 달라졌다. 긴 패스에 이은 한 방 시도로 일명 ‘뻥 축구’의 대명사였는데 확 달라진 것이다.

7일 열린 북한과 일본의 F조 마지막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과거 북한 축구와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썼던 3-4-3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쓰고 수비 땐 5-4-1로 변형하는 조직 축구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상을 뒤엎으며 일본을 2-1로 꺾고 F조 1위가 돼 한국과 10일 맞붙게 된 것도 팀 컬러가 확 바뀌어 전력이 탄탄해졌기 때문이라고.

이 위원은 “과거에 북한은 긴 패스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썼는데 이젠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로 상대 미드필드를 압박한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도 선진 축구의 흐름을 받아 들여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특히 안종호-김영준-문인국-김성철이 지키는 미드필드가 탄탄하다. 이날 후반 18분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린 김영준이 중원을 지휘한다. 김영준은 자로 잰 듯한 패스와 프리킥이 일품. 공격 라인의 핵심은 홍영조. 이날 선제골을 뽑아낸 홍영조는 오른쪽 날개와 중앙을 오가며 공격을 리드하고 있다.

차정혁 등이 지키는 수비 라인도 비교적 안정돼 있다. 이 위원은 “미드필드와 공격에 비해 좀 허술한 듯 보이지만 수비 땐 5명이 수비 라인을 지키고 미드필더 두 명도 수비형으로 전환해 수비망이 촘촘해진다”고 말했다.

북한의 8강 합류로 아시아경기에서 1978년 이후 28년 만에 남북 축구대결이 성사됐다. 남한과 북한은 1978년 방콕대회 결승전에서 만나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공동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남북 대결’은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우세지만 최근 전력 변화로 북한이 상승세에 있는 데다 남과 북의 자존심 경쟁이란 변수가 있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 북한은 110위.

남북 대결의 특성상 선수나 감독 모두가 승패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첫 ‘남북 대결’에 임하는 핌 베어벡 한국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 남북한 경기의 정치적 의미나 배경을 주지시키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만 북한 감독도 “결승에서 맞붙었으면 좋았을 텐데 불행히도 8강에서 만났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 8강 대진은 한국-북한을 비롯해 태국-카타르, 중국-이란, 우즈베키스탄-이라크의 대결로 압축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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