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男하키 월드컵 4위…獨언론 “총알같은 팀” 찬사

  • 입력 2006년 9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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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11회 세계남자하키월드컵대회.

본선 12개 참가국 중 한국은 대회 기간 내내 개최국 독일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묀헨글라트바흐 경기장은 경기마다 1만 석의 관중석이 꽉 찬 것은 물론이고 급히 마련된 3000여 석의 간이 좌석도 매진됐다.

한 독일 언론은 14일 열린 한국-독일전에 대해 “380명이 45만 명과 대등한 싸움을 했다. 한국팀은 총알같이 빨랐다”고 썼다. 380명은 한국의 성인(대학, 실업) 하키 등록 선수, 45만 명은 독일의 하키 등록 선수다.

한국은 대회 첫 경기에서 세계 랭킹 2위인 네덜란드를 꺾은 데 이어 영국 인도 등 하키 강국들을 줄줄이 누르고 4강에 올랐다. 독일과는 0-0으로 비겼다. 비록 호주(세계 1위)와의 준결승전과 스페인(3위)과의 3, 4위전에 패해 4위에 머물렀지만 독일 관중은 한국팀의 박진감 넘치고 빠른 경기에 푹 빠져 들었다.

폴란드 프랑스 대표팀 등은 앞 다퉈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겠다” “우리와 연습 경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 획득 후 부진했던 한국 남자하키. 현재 한국의 성인 하키팀은 대학팀 5개, 실업팀 4개(상무 포함)가 전부다. 현 남녀 대표팀 감독의 모교인 청주대는 최근 하키부 해체를 선언했다. 수만 개의 클럽팀이 있는 유럽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 4위는 ‘기적’과 다름없다고 한다.

조성준 감독은 “스파르타식 훈련에서 벗어나 선수들이 직접 훈련 강도와 프로그램은 물론 음식까지 조절하도록 자율 훈련을 했다”며 “경기를 즐기니까 단합도 잘되고 창의적인 플레이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배고픔’만을 줬다고 했다. 감독은 동기만 부여하고 실제 실천으로 옮겨 결과를 만든 것은 선수라는 것. “너희가 잘 싸워야 언론도 관심을 갖고 팀이 활성화되고 하키가 살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 선수 18명 중 12명이 1980년 이후에 태어났다. 세대교체가 성공적이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나설 수 있기에 전망은 충분히 밝다. 이번 대회에서 필드골 3골을 터뜨린 유효식(24·상무)과 페널티 코너 4골을 터뜨린 장종현(22·조선대)이 차세대 유망주다.

조 감독은 “팀이 너무 부족하니까 어린 학생들이 하키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대학과 실업팀에서 관심을 갖고 하키팀을 몇 개만 더 만들면 올림픽 금메달뿐 아니라 하키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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