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들아 네 멋대로 날아라”… 도메네크 ‘방목형 리더십’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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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몇 차례고 선수들을 부르려 했다. 그러다 그만두었다.

6일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4강전이 열린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 선수들은 벤치를 향해 좀처럼 귀를 기울이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도메네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벤치에서 가까운 위치에서 드로잉하거나 프리킥을 할 때였다. 결국 도메네크 감독은 몇 차례 소리를 지르다 말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는 지네딘 지단이 지휘관이었다. 지단은 팔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하거나 플레이를 지휘했다. 감독의 말은 적었지만 프랑스 선수들은 지단을 중심으로 노련하게 움직였다. 도메네크 감독은 몇 번 지단을 부르려 했지만 지단이 못 알아듣는지 다가오지 않자 그냥 놔두었다. 그런 탓인지 그는 지단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을 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주먹만 가볍게 쥐어 보였다.

포르투갈의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은 정반대였다. 스타일부터 달랐다. 도메네크 감독이 정장 차림에 갈색 패션구두를 신고 나온 데 비해 스콜라리 감독은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는 자주 일어나 쉴 새 없이 지시를 내렸다. 특히 루이스 피구에게 양손을 들어 자주 사인을 보내는가 하면 선수들의 위치를 일일이 지정했다. 판정에 불만이 생기면 벤치의 지붕을 주먹으로 치는 등 온갖 다혈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언론으로부터도 도메네크 감독은 스타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며 맹폭격을 당했지만 스콜라리 감독은 ‘신비의 전술가’라는 극찬을 받으며 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다. 도메네크 감독은 조별리그를 힘들게 통과했지만 2002년 브라질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회까지 월드컵 개인 통산 12연승을 달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도메네크 감독의 몫이었다. 이는 결국 프랑스 선수들의 ‘관록’이 뭉쳐져 나온 결과. 결과적으로 도메네크 감독은 선수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지만 경험 많은 그들의 관록을 그대로 살려 주는 스타일의 지휘를 하면서 성공했다. 다만 도메네크 감독은 비판 속에서도 수비지향적인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고 승부처마다 수비수를 보강하는 등 수비 위주의 색깔만은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도메네크 감독은 결승에서 ‘전술가’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상대한다.

뮌헨=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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