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29억달러 베팅… 올해는 예측불허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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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1 승리에 1만 원.”

“스위스 16강 탈락에 5000원.”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봐야 더 즐겁다. 그러다 보면 빠질 수 없는 게 내기다. 적당한 베팅은 경기 보는 재미를 두 배로 만든다.

스포츠 빅이벤트를 앞두고 직장 동료끼리 돈을 걸어 승리 팀이나 경기 스코어를 맞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지만 주위 사람 몇 명이 내건 ‘판돈’이 성에 안 차는 사람이라면 혹시 하는 생각에 ‘큰물’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축구팬 이상으로 월드컵을 기다리는 곳이 바로 베팅업체다.

베팅업체들은 세계 각국에서 성업 중이다. 스포츠토토의 자료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의 나라인 영국에 수십 개가 있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축구 강국에도 최소 1곳 이상의 업체가 있다. 유럽보다는 늦었지만 아시아에서도 2000년 3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일본(2001년 3월), 한국(2001년 9월), 중국(2002년 3월), 홍콩(2003년 8월) 등에서 합법적인 ‘스포츠 도박’이 가능하다.

업체 수가 늘어나는 만큼 축구 관련 매출은 해가 지날수록 급증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베팅 규모를 약 29억 달러(약 2조7550억 원)로 추산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더 많은 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에서만 최대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베팅 규모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3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월드컵 베팅이 증가할수록 골머리를 앓는 곳은 합법적 업체가 없는 나라들이다.

지난달 AFP통신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2300개가 넘는 월드컵 도박판에 수백만 달러가 유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허가받은 복권시장으로 들어오는 돈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하 도박판과 불법 사이트, 심지어 범죄조직과 연계되기도 한다는 분석.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드컵 도박을 막기 위해 ‘경찰 국제 공조’마저 등장했다.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경찰은 수차례 합동회의를 연 끝에 월드컵 도박에 공동 대처하고 있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등도 경찰력을 동원해 집중 단속하고 있다. 베트남 공안부는 12일 호텔에서 도박판을 벌였던 일당 4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많은 돈이 걸려 있는 만큼 승부 조작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69명의 심판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회 기간 내내 이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 묵게 하고 있다.

FIFA는 도박업체와 제휴하기도 했다. 특정 경기에 대한 베팅 액수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갈 경우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라고.

영국의 세계적인 베팅업체 윌리엄힐은 13일 현재 G조 예선 순위를 프랑스 스위스 한국 토고의 순으로 꼽았다. 예측대로라면 한국은 예선 탈락. 하지만 전문 오즈메이커(배당률을 정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산출해 낸 순위라고 해도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스포츠는 이변과 예측불허의 세계. 그래서 스포츠 베팅은 흥미진진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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