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사커루… 이젠 아시아의 濠랑이?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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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완파한 호주축구. 한국을 위협하는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게 될까.》

‘사커루(호주 대표팀의 애칭·축구와 캥거루의 합성어)’가 아시아를 지배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축구대표팀이 12일 독일 월드컵 F조에서 일본을 3-1로 완파하면서 아시아의 최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올부터 AFC편입 판도변화 예상

작년까지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 속했던 호주는 올해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 편입됐다.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하던 한국과 일본은 내년 아시안컵부터 호주를 상대로 아시아 최강을 가려야 한다.

호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42위. 한국(29위), 일본(18위), 이란(23위)에 비해 훨씬 낮다. 그러나 12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호주 축구의 수준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선수 구성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월드컵 대표 23명 가운데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두 명뿐이다. 나머지 21명은 해외파다.

영연방국가답게 무려 11명의 선수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12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출장해 두 골을 넣은 팀 케이힐(에버턴)을 비롯해 공격수 마크 비두카(미들즈브러), 해리 큐얼(리버풀), 수문장 마크 슈워처(미들즈브러) 등이 프리미어리거들이다.

○23명중 15명이 세계 3대리그 소속

후반 인저리타임에 쐐기 골을 넣은 존 알로이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알라베스 소속. 마르코 브레시아노(파르마) 등 3명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고 있다. 세계 3대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만 15명인 셈. 나머지 선수들도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 뛰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절묘한 용병술로 호주의 대역전승을 이끈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

호주는 2월 AFC 편입 후 첫 경기인 2007년 아시안컵 예선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주심 “일본 골 오심… 호주승리 다행”

호주인들은 12일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벌어진 호주와 일본의 F조 첫 경기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0-1로 질 것만 같았던 경기에서 후반 39분부터 8분 동안 무려 3골이나 터졌으니까.

하지만 이 기적의 은총에 감사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집트인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이 경기 주심이었던 에삼 압델 파타다.

전반 26분 일본 나카무라 온스케가 호주 문전으로 공을 띄웠고 호주 골키퍼 마크 슈워처가 앞으로 나와 공을 쳐내려는 순간 일본 선수 2명과 부딪쳐 넘어졌다. 공은 슈워처의 머리 위로 날아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충분히 골키퍼 차징을 줄 만한 상황인데 파타 주심은 골인을 선언했다. 경기장의 대형 전광판이 그 장면을 리플레이로 비추자 골키퍼 차징을 더욱 확신한 호주 관중은 괴성을 지르며 항의를 표시했다. 거스 히딩크 호주 감독도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파타 주심은 곧바로 자신의 오심을 인정하고 죄책감을 느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슈워처의 말에 따르면 5분 뒤 경기가 잠시 중단됐을 때 심판에게 다가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그가 “미안하다. 나의 실수였다”고 말했다는 것.

파타 주심은 호주의 극적인 3-1 역전승으로 끝나자 호주의 주전 공격수 마크 비두카에게 다가가 “오늘 신은 나의 편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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