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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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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태생적으로 반과학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축구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경기다. 발이 중심이 되어 뛰고 차는 단순한 방식으로만 골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투박할 수밖에 없는 발을 이용해 끊임없이 시간과 공간을 찾아 나서는 선수들의 원시적인 열정 발산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결코 머릿속 생각과 손짓만으로는 골을 만들 수 없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처럼 축구 경기에서도 골이 쉽게 터지지 않는다. 너무 쉽게 골이 터진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축구 경기에 목말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 골을 잃어도 동점 골을 기다린다. 열정은 그렇게 쉽게 식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축구 경기의 매력은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축구는 한마디로 예측 불허다.
‘아트 사커’를 표방한 프랑스. 1998 프랑스 월드컵, 유로 2000(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한 프랑스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골대를 5번이나 맞히는 예술 아닌 예술을 구사하고 무득점으로 집에 갈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아무리 ‘약팀’이라 하더라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한 대한민국은 단숨에 4강에 올랐다. ‘죽음의 조’에 배정받아도 어쩔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그것 정말 우습기도 하다.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면 누가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축구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던 대표팀 홍명보 코치가 선수 시절 가장 기분 좋게 들었던 칭찬은 “너는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축구선수가 경기 중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체 훈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골의 선수라도 90분 축구 경기를 소화하고 나면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선수들은 축구 경기 후 3일은 쉬게 되어 있다. 나머지 시간 동안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회복 훈련과 휴식, 그리고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축구선수들이 연습 후에 혼자 하는 훈련이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이것은 바로 선수 개인의 상상력을 빌리는 행위이다.
축구 팬들이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경기 내용을 꿈꾸듯이 선수들도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선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축구, 그것은 상상력으로부터 온다. 가능성을 중시하기에 꿈을 키울 수 있다. 꿈이 아름답기에 기다리고 열정을 불사를 수 있다. 골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꿈이 없다면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을 것이다.
이인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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